내 속으로 낳은 자식조차 멀게만 느껴질 때가 있다고 말씀하시는 부모님들이 많다. 부모의 기대치에 부응하기는커녕 속만 썩인다며 부모들은 자녀에게, “너도 꼭 너 같은 자식을 낳아 키워봐야 한다”는 악담을 퍼부었다고 한다. 오죽 속이 상했으면 그러셨을까. 하지만 입장을 바꾸면 이제 자녀들도 서서히 우리 곁을 떠날 준비를 하느라 부모와 부대끼고 있는 것이리라. 아이러니한 것은 이렇게 불만을 토로하는 분에게 부모로부터 그런 말씀을 들은 적은 없냐고 물으면, 당신 자신도 청소년기에 자주 듣던 말인데 설마 이 말을 내 자녀에게 그대로 쓰게 될 줄은 몰랐다며 멋쩍게 웃곤 한다. 또 부모에게서 들었던 ‘너 같은 자식’이라는 말을 부모 역할을 하는 내가 내 자녀에게 하게 되었을 때, 속이 시원하고 기분 좋았다고 말하는 분은 거의 없다.
자녀에게서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를 눈치챘다면, 부모로서 우리는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회심(回心)’할 준비를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자녀를 위해 이제까지의 삶의 방식으로부터 완전히 탈바꿈할 진심 어린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부모는 자녀에 비해 물리적, 경제적, 심리적으로 더 많은 힘을 지닌 존재이니 말이다. 자녀에게서 발견되는 ‘문제’는 일차적으로는 부부?가족관계를 점검해야 할 기회임을 말해 준다. 자녀의 문제가 아니라 어른인 ‘나 자신’ 혹은 ‘부부 관계’의 문제는 아닌지 짚어 보는 용기도 필요하다. 부부 사이에 문제가 없다면, 적어도 자녀가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하지 않게 되었으니 도움이 필요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면 좋겠다. 행여 자녀에게 경제적으로 더 윤택한 환경을 마련하겠다는 명분에 눈과 귀가 가리워져, 정신적, 심리적으로 불건강해지고 있는 자녀의 모습을 놓치거나 회피하지 마시시 바란다. 자녀의 말과 행동은 부모가 표출하는 모든 말과 행동의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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