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전 이맘때 였다. 당시 수도회 담당이었기 때문에 고(故) 이태석 신부 장례미사를 취재했다. 미사에만 약 1500여 명의 조문객이 몰렸고, 빈소에는 5000여 명 이상이 방문했다. 이기주의가 팽배한 이 시대에 자신이 가진 것을 내려놓을 줄 알았던 한 사제의 안타까운 죽음 앞에 많은 이들은 눈물을 흘렸다.
일 년이 흘렀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전과는 의미가 다르다. 슬퍼서 우는 것이 아니다. 이태석 신부의 숭고한 삶을 통해 자신을 반성하는 참회의 눈물이다. 이 신부 선종 후 변화도 많았다. 그가 아프리카 수단 톤즈에서 살았던 8년과 투병생활을 담은 다큐멘터리와 영화가 개봉돼,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전해줬다.
내 것만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희생적인 사랑의 마음으로 살았던 이 신부의 삶은 ‘충격’이었다. 이 신부는 의사로서 평탄한 길을 걸어갈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돌연 사제가 됐다. 또 사제로서 얼마든지 복음을 선포할 수 있었지만 전쟁과 가난으로 희망을 잃고 살아가는 톤즈로 들어갔다. 의사로서, 교육자로서, 음악인으로서, 사제로서 하느님이 그에게 주신 재능을 온전히 톤즈에 쏟아 부었다. 대장암 선고를 받고도 자신의 몸보다는 톤즈를 먼저 걱정했다.
그의 삶이 특별하게 보일 수 있다. 능력 있고 재능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태석 신부가 재능과 능력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었던 것이 아니다. 오롯이 톤즈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내놓았다. 예수가 그랬던 것처럼.
지난해, 장례미사 취재 후 ‘마지막 미소의 의미’라는 글을 썼었다. 영정 속 이태석 신부의 미소가 가슴 깊이 파고들었다. 그가 남긴 마지막 미소의 의미를 선종 1주기를 맞아 다시 되짚어 봤다. 이태석 신부는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삶을 통해 변화되고 사랑으로 충만하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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