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가 한마음 한뜻으로 기다리던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시복을 위한 기적 인정 칙령에 서명을 했으며, 그의 시복식이 오는 5월 1일 열린다는 발표다.
지난 2005년 선종 이후, 전 세계 신자들은 요한 바오로 2세의 시복을 강렬히 염원했다. 이 간절한 기도는 교회 역사상 가장 빠른 시복 결정이라는 열매로 맺어졌다.
시복시성을 위해서는 조사 단계부터 시작돼야 하는데, 대개는 5년간의 유예 기간을 둔다. 보다 엄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하기 위해, 최소 5년 동안은 아예 시복 절차를 시작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요한 바오로 2세에 대해서는 이 유보 기간 규정을 면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시복 절차는 선종 후 바로 시작될 수 있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재위기간 중 엄청난 문헌들을 펴낸 교황으로 유명하다. 그 문헌들은 한결같이 각 시대가 시급히 요청하는, 또한 시대를 초월하는 불변의 진리를 담고 있다. 세계 각국, 가톨릭교회와 반목하는 곳도 가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순방에 나선 ‘행동하는 교황’으로도 유명하다. 무엇보다 재위기간(1978~2005) 내내 ‘평화의 사도’로서 세상을 위해 헌신했던 요한 바오로 2세는 신자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큰 존경을 받았었다.
교회가 시복시성을 하는 이유는 하느님의 권좌 앞에서 이 세상의 사람들을 위해 전구해 주기를 청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오히려 지상에 있는 사람들에게 완덕의 모범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따라서 시복 혹은 시성 대상은 순교자들을 비롯해 그리스도인으로서 모범적인 삶을 살다간 사람들로 확대됐다.
요한 바오로 2세도 재위 당시 역대 어느 교황보다도 많은 성인을 배출했다. 그는 “성인들은 참으로 교회에 중요하며, 그것은 성인들과 관련된 기적 때문이 아니라 그분들이 보여주는 영웅적인 덕행의 모범들 때문”이라고 전한 바 있다.
갈수록 물질만능주의와 이기주의의 편협함에 인간성을 말살해가는 이 시대, 그 어느 때보다 복자와 성인의 모범을 필요로 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순간에 남긴“나는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십시오”라는 말이 더욱 애틋하게 느껴지는 때다. 사랑은 무엇을 얻기 위해서가 아닌 사랑하는 그 자체로 행복해진다는 진리를 온 인류에 전한 요한 바오로 2세의 삶과 신앙을 다시금 되새겨볼 좋은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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