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역사적인 중동 성지 순례 방문에 나섰다. 이번 방문은 무엇보다 대희년을 맞은 교황의 오랜 염원이었다. 교황의 성지 방문은 새 천년을 맞은 가톨릭 교회가 세계를 향해 보내는 평화의 메시지이다.
교황은 이번 방문에 앞서 여러 차례에 걸쳐 자신의 방문이 순수한 종교적인 의미의 순례라고 밝혔다. 어떤 노골적인 정치적인 의미나 의도도 내포돼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하게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바로 이러한 순수한 종교적인 의미는 곧 정치나 외교적인 성과로 나타날 것이 분명하다. 중동이라는 지역 자체가 각 종교 집단에게 있어서 각별한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교와 유다교, 이스람교 모두에게 있어 이 지역은 성스러운 땅이다.
하지만 사랑과 자비를 부르짖는 이들 종교가 믿는 이들끼리 서로 증오하고 살상하는 분쟁의 이유가 되고 있음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교황은 이번 방문을 통해 오랜 세월 이어져온 분쟁과 갈등을 씻어내고 새 천년이 평화와 화해의 시대가 되고록 노력할 것을 호소할 것이다.
교황은 얼마전 그리스도인들이 유다인들에게 지닌 편견과 선입견의 자세에 대해 용서를 청했다. 그리고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앗지만 유다인 대학살 당시 교회가 적절하고 적극적인 저항을 하지 못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그것을 방조했다는 점에 대해 사죄했다. 유다인들은 명확하고 구체적인 언급이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미흡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그리스도인들의 뿌리깊은 반유다주의에 대해서 교황은 분명하게 고백하고 용서를 청한 것이다.
이번 순방을 통해 교황은 어쩌면 홀로코스트에 대해 다시금 언급할 가능성도 있다. 어쨌든 그리스도교와 유다교의 오랜 갈등의 해소는 이제 막바지에 달해 있는 느낌이다.
이슬람교와 그리스도교와의 갈등 역시 해묵은 문제이자 갈수록 그 정도가 더해지고 있는 부분 중 하나이다. 혹자는 새 세기를 그리스도교와 이슬람 문명의 충돌로 예건하기도 했다. 실제로 극단주의자들의 테러와 폭력은 종종 많은 희생자를 야기하곤 한다.
교황의 이번 순방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분쟁의 소지가 많은, 그래서 일명 「세계의 화약고」로 불리우는 중동 지역에 평화와 화해, 용서를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평화의 순례라고 할 수 있다. 교황의 평화 메시지가 모쪼록 크고 넓은 메아리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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