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난 1월 29일부터 2월 5일까지 서울대교구의 김택암 신부님, 대구대교구의 조환길 신부님, 그리고 우리들에게 옥수수 박사로 잘 알려진 김순권 교수(경북대)와 함께 북한을 다녀왔습니다.
1월 30일 주일에는 평양 장충성당에서 북한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미사 시작 전에 조선가톨릭교협회 중앙위원회 장재언(사무엘) 위원장은 우리들을 북한 신자들에게 일일이 소개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새천년들어 첫 번째 미사를 봉헌하게 되어 감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에는 사제가 없어 신자들이 성사생활을 할 수 없습니다. 장충성당에서 약 130여명의 신자들과 함께 대희년을 맞아 첫번 미사를 봉헌하며 민족의 화해와 하나됨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였습니다. 또 목자없는 양과 같은 북한 신자들에게도 하루 빨리 목자를 보내주시기를 기도 드렸습니다.
우리 일행은 평양 창광거리에 있는 고려호텔에 머물렀습니다. 고려 호텔은 45층 쌍둥이 빌딩의 특급호텔이지만 우리가 머문 7박 8일 동안 히터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또한 호텔은 한시간에 한두번은 정전되었고, 호텔앞의 30층 고틍 아파트들도 저녁 7시가 넘어야 전기불이 켜졌습니다. 수도인 평양도 이러한데 지방의 사정은 더욱 더 나쁠 것입니다. 실제로 지방을 방문하였을 때 밤인데도 전기불은 커녕 호롱불이나 촛불도 없었습니다. 캄캄한 사무실에 앉아 얼굴도 못보고 얘기를 나누었을 뿐입니다. 북한은 지금 외화난으로 기름을 수입할 수 없어 화력발전소가 가동되지 못하고 있고, 수력발전소도 물이 부족해서 전력을 생산할 수 없다고 합니다.
저희 일행은 평안남도 평원군 원하리 협동농장을 방문하였습니다. 원하리 협동농장은 1000 정보에 농사를 짓는데, 작년에 한 정보당 11.3톤의 옥수수를 수확했다고 합니다. 실제 그 이전에는 북한 평균 한 정보당 3톤이었다고 했습니다. 나중에 농업과학원 과학자드에게 들었습니다만, 북한은 주식의 70%가 옥수수이며, 옥수수는 비료없이 절대 다수확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식량난을 극복하기 위해서 북한으로서는 비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전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공장을 가동할 수 없어 비료생산도 거의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북한은 외부로부터 비료가 지원되지 않으면 굶주림으로부터 해방될 수 없게 되어있습니다.
짧은 기간 북한을 방문하여 모든 곳을 다 갈 수 없었고, 들을 수 없었지만 북한의 식량난은 계속되고 있고, 비료지원 없이는 식량난 극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비료지원의 효과는 이렇습니다. 원하리 협동농장 1000 정보에 필요한 비료는 약 500톤입니다. 이는 약 1억5000만원어치입니다. 한 정보당 11.3톤씩 수확한다면 1만1300톤의 옥수수입니다. 이 양을 중국산 옥수수로 사서 보낼 때는 20억원 정도 듭니다. 즉 1억 5천만원의 비료를 6월 전에 보내면 3개월 후에는 13배가 된다는 것입니다.
지난 4년 동안 한국 천주교회의 신자, 수도자, 사제들이 힘을 모아 북한동포돕기를 해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긴급구호식량을 보내는 것 외에도 비료지원을 해야합니다.
저희 본당에서는 올해도 「사랑의 비료 보내기 운동」을 합니다. 1만원이면 비료 1포대와 종자를 보낼 수 있습니다. 이것으로 북한 동포가 1년치 먹을 옥수수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언제까지 북한돕기를 해야 하느냐고 묻는 분들도 계십니다. 또 그 열기가 식은 것도 같습니다. 그러나 이 사업은 민족의 화해와 일치가 되는 날까지 지속될 것입니다. 수녀장상연합회에서 통일이 될 때까지 매주 한끼씩 단식하여 북한 돕기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대희년 사순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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