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인간생명인가. 물론 대부분 인간 생명을 지칭한다. 하지만 동물의 생명도 인간생명과 마찬가지로 존중돼야 한다.
동물도 고통과 쾌락을 느끼는 존재다. 특히 동물들이 고통을 느낄 때는 사람이 느끼는 것과 유사한 행태들이 보여진다. 단순히 사람이 동물보다 우월한 권리를 갖고 있다고 주장해서 될 일만은 아니다.
전국적으로 살처분, 생매장으로 소와 돼지, 닭과 오리 등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수도 없이 죽어나가고 있다. 글자 그대로 구제역 대재앙이다. 동물들만이 아니라, 동물들을 직접 죽이거나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충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반생명적 대량 축산정책으로 가축의 질병이 야기되고, 다시 그 가축을 살처분해야하는 악순환은 결국 하느님의 창조질서의 순환 고리를 전면적으로 거슬렀기 때문에 당면한 결과다.
축산의 축(畜)자를 풀어보면 땅을 검게 한다, 즉 비옥하게 한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전통적으로 축산업자들이 축산을 통해 얻고자 한 것은 분뇨를 이용한 퇴비였다. 가축은 고기를 제공하기 이전에 기름진 땅을 위한 퇴비 생산을 위해 키우는 것이 옳다는 말이다.
실제 항생제를 먹이지 않고 친환경 축산을 하는 농장에서는 깨끗한 분뇨를 얻고, 그 분뇨를 퇴비로 만들어 수질오염을 막고 있다. 무엇보다 이 퇴비는 친환경 유기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농업환경을 구축하도록 뒷받침한다. 따라서 사람 몸에 동물 항생제가 남아 건강을 해치는 일도, 자연이 오염되는 일도 줄어든다. 한 책자에 따르면 소 1만 마리를 사육하는 비육장에서 배출되는 유기폐기물은 11만 인구가 사는 도시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양과 맞먹는다고 한다.
축산에 따른 문제들을 더 들여다보면, 근본적으로는 사람들이 육류 소비를 끝없이 확대함으로써 창조질서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전염병을 막는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적인 살처분만 자행할 때가 아니다. 이번 사태를 통해 근원적으로 반생명적인 축산 실태와 방역 대책을 보완하는 생태적 시각과 사회문화 조성이 절실하다.
더 근본적으로 현대사회의 이기적인 가치관들은 동물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하느님께서 피조물을 다스릴 수 있는 권한을 인간에게 부여한 것은 동물을 차별하고, 마구잡이로 잡아 먹고, 불편할 때는 무조건 학살해도 된다고 허락된 권한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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