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안에 나무를 심었더니 근심 걱정이 는다고 도연명 선생이 말했다.
하기사 내가 어릴 때만 하여도 뒷산이 울창한데 굳이 마당에 나무를 심을 까닭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서울은 어떠한가. 이렇게 삭막한 도시가 이 세계 어디에 또 있을까. 나는 우리들의 거칠어진 마음을 보는 것 같아서 두렵기조차 하였다.
우리집 조그만 마당에는 풀과 나무들로 초만원을 이루고 있다. 소나무는 일년에 한 뼘쯤 자라는데 십년이 되니 두 나무가 서로 뒤엉켜서 야단이 났다. 아침에 보고 한낮에 보고 무슨 병이 안 생겼나 구석구석을 살피는데 도연명 선생 생각이 절로 나는 것이다.
울안에 나무를 심으면 근심걱정이 생기리니…
나무들이 그럭저럭 자라는 걸 보다가 참새들이 와서 놀아주었으면 하고 욕심이 생겼다. 마당에다 매일 같이 새 먹이를 주었더니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밥달라고 한 떼가 와서 기다린다.
내가 참새 모이를 주기 시작한 것이 그럭저럭 4년하고도 반년이 넘었다. 큰비 오는 날만 빼놓고 하루도 거르는 날이 없었다. 내가 마당에 나갈라치면 어디서 보는지 습관적으로 날라온다. 속았다 할까봐서 한줌 싸라기를 던져주는데 그 또한 성가신 일이 아닐 수가 없는 것이다.
한 평 땅만 더 있으면 한 그루 나무를 거 심을 것을 하고 생각한다. 창밖에 모과나무에다 참새 모이방을 만들어 걸어놓고 심심하면 모이를 한줌 놓고 기다린다. 그 놈들 밥먹을 때면 소리 없이 바쁘다. 새사랑이라 할지 장난이라 할지 굳이 분별할 일도 아닐 것 같다.
울안에 나무를 심어 놓고 참새들까지 불러들였더니 세월과 함께 날로 즐거운 걱정이 늘어만 가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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