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에서 구두 수선 가게를 운영하는 그는 노인 손님들이 올 때마다 남 같지 않은 애틋함을 느꼈다. 어려서 일찍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진해서 노인들에게 구두 수선비를 조금씩 깎아 드렸다. 일찍 부모를 여윈 덕분에 그는 남보다 많은 고생을 하며 자라났다. 그래서인지 어려운 이웃에 대한 그의 이해는 남다르게 빨랐다.
그는 노인들이 용돈이 부족해서 새 구두를 손쉽게 사 신을 형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헌 구두를 모은다는 광고를 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신지 않는 구두를 하나 둘 들고 왔다. 콧노래를 보르며 터진 신발을 꿰매고, 뭉툭하게 닳은 뒤축을 새것으로, 날깃날깃 낡은 밑창을 갈아 그 위에 왁스를 발라 정성껏 윤기를 냈다.
쓸모 없을 것 같던 구두가 어느 새 새 구두로 변했다. 그렇게 모인 구두가 어느덧 500여 켤레가 되었다.
이것들을 싸들고 그는 근처 공원으로 나갔다. 구두가 필요한 이웃에게 나눠주기 위해서다. 동네 주민들이 음료수와 떡 등을 준비해 가지고 와서 행사에 함께했다. 그 많던 구두가 눈깜짝할 새에 모두 나가버렸다.
그의 뜻을 이해한 동료들과 주변 사람들의 관심에 힘입어 이 일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번창해가고 있다.
이렇게 자신이 가진 조그만 기술로 이웃을 사랑하고 재활용도 실천하여 환경위기를 벗어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 위기(危機)라는 말은 좋은 기회라는 뜻도 지니고 있는데, 이런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면 위기에 봉착한 환경을 자연과 더불어 사는 지혜를 터득하는 호기(好機)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쓰레기 처리는 문명국이면 어디서나 골머리를 앓는 심각한 문제다. 서울의 경우 난지도 89만평의 대지에 이미 1억2천만 톤의 쓰레기가 매장되어 해발 94m의 산을 이루었고, 하루에 1,600대의 트럭이 쉴새없이 달려와 온갖 쓰레기를 쏟아 붓는 김포 매립지 630만평도 이젠 거의 다 차서 어디론가 새로운 쓰레기장을 찾아 나서야 할 형편이다.
우리는 이 사순절에 뭔가 좋은 일을 하고 싶어 하지만 시간이 모자라고 경제적인 여유가 없음을 안타까워한다.그러나 좋은 일을 하는데 그리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한 건 아니다. 각 본당에서 모두 힘을 모아 신지 않는 구두, 입지 않는 옷, 쓰지 않는 가구 등등을 손질해서 다가오는 부활절에 환경바자회를 열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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