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학에 따르면 교회는 하느님이시며 사람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신적(神的)인 동시에 인적(人的)인 실재(實在)이다. 바오로 사도께서는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골로사이서 1,23)으로 묘사하였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신비체로서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여 신자들이 지체를 이루어 일치를 형성하고 있는 조직체이다. (고린토 1서 12,12~31 로마서 12,4) 따라서 교회는 신인양성(神人兩性)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교회는 인간들의 공동체
여기서 말하는 교회는 인간적 한계성과 인간적 잘잘못을 지니고 행동하는 구성원이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으며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운영하는 조직체이다.
하느님께서는 이 땅 위에 하느님나라가 신비로운 방법을 통해서 운영되어 나가는 「영적교회」가 아니라 인간적 조건과 환경에 맞게 이루어지기를 원하신다.
사람에게 자유의지를 부여하신 하느님께서는 인류의 구원사업이 자유의지를 지닌 사람의 협조 아래에서 성취될 수 있기를 원하신다. 이러한 점에서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필요로 하신다」는 말은 적절한 표현이다.
하느님께서는 지상의 하느님나라인 교회의 미래 운명을 인간적 자율성과 자유를 지닌 사람들에게 맡기셨기 때문에 우리는 교회의 구성원이 역사적 과오를 보였다고 해서 놀랄 일은 아니다.
교회의 신적 성격 때문에 어떠한 잘못도 없이 거룩하지만 반대로 인적 요소때문에 역사의 흐름 속에서 교회는 과오를 지니고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역사적 과오는 구성원의 인간적 한계와 인간적 동기에서 비롯한다. 인간적 한계는 인간의 지식과 성격에서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는 이해심의 부족, 시대적 요청에 대한 무감각, 편협한 마음자세가 포함된다.
또한 윤리적 측면에서도 인간의 한계를 드러내어 죄악에 이르는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은 교회 모든 구성원이 보여준다. 어떻든 모든 종류의 불행한 역사적 과오는 그것이 구성원 개인의 고의적 잘못을 담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그 결과는 개인적 과실보다 더 비극적이고 과중한 책임을 지게 된다.
역사적 과오 인정하는 교회
교회 안에 잘못이 있었다는 사실은 부끄럽지만 교회의 구성원이 지닌 인간적 한계를 생각해 볼 때에는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예수님의 가라지 비유에서 종들이 밀 가운데 있는 가라지를 뽑아버리려고 하자 주인은 추수 때까지 밀과 가라지가 자라도록 내버려두라고 한다. (마태오 13,27~30) 이는 밀밭이라는 교회 안에 악과 선이 함께 있을 수 있음을 입증하는 내용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다.
아울러 교회의 역사 속에서 구원의 전제 조건으로 금혼, 금육, 금주를 내세우는 윤리적 엄격파들과 광신적 금욕주의자들은 교회를 혼란케 하는 단체로 규정되었고 그리스도교는 윤리적으로 완전한 사람들이 모인 교회이며 성인들의 집합 단체로 거룩한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주창하면서 그들이 생각하는 죄인들을 엄격하게 배제하는 교회를 내세우던 사람들은 교회에서 축출되었다.
우리는 교회의 지난날 모습을 평가할 때에 처음부터 호교적 자세에서 출발하지는 않는다. 교회의 역사 사건과 인물에 대해 과장, 왜곡, 은폐, 변조는 교회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교황 비오 12세께서는 교회사를 다룰 때에 비판적 자세나 호교적 태도에 집착하지 말고 오직 교회 생활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고 교회의 지난날에 대한 진정한 비판과 교회에 대한 참다운 사랑을 드러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우리는 교회에 관련된 사건이나 인물을 대할 때에 발생 당시의 사건 그대로 생전의 모습 그대로 만나는 것이다. 역사는 알려지지 않은 타자와의 만남인 것이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알려지지 않은 과거의 사건이나 인물이 함부로 취급당하거나 비판을 받아서는 안되며 인간의 과거사는 우애적 친교를 통해서 인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는 과거사에 대하여 사랑, 수용, 존중, 관용, 절제와 같은 역사적 덕행을 지니고 있어야 과거의 사건과 인물을 실제 모습 그대로 만나게 되며 어느 정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고 올바르게 설명할 수 있다.
교회의 과거사 앞에서 비판만을 앞세우는 지나친 자세는 지양되어야 하겠지만 교회에 대한 과도한 애착심에서 나오는 주관적 역사관도 절제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교회의 과거사에 대해 존중과 비판의 감성을 겸비해야 할 것이다.
‘이상의 교회’ 건설을 위해
우리는 성령께서 이끄시는 교회가 잘못된 길로 나가지 않지만 인간적 한계를 지니고 있는 구성원의 성령의 이끄심에 협력을 제대로 하지 못함으로써 발생된 역사적 과오는 우리에게 「이상의 교회」와 「현실의 교회」가 얼마나 다른지를 발견하게 된다.
아울러 교회가 이 땅에서 없어질 수 있는 사건을 겪으면서도 2000년 동안 지속, 발전되고 있음을 보면서 성령께서 이끄시는 참다운 그리스도교의 모습을 확인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구성원이 저지른 역사적 과오에 대해 겸허한 자세를 지니면서 「교회는 언제나 개혁되어야 한다」라는 공리를 되새겨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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