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4월 1일로 저희 가톨릭 신문이 창간 73주년을 맞았습니다. 본지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성장해 올 수 있었던 것은 애오라지 하느님의 은총과 애독자 여러분의 도우심 덕택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미 알고 계시는 바와 같이 저희 가톨릭신문은 일제 암흑기였던 1927년 4월 1일 대구교구 조선남방천주공교청년회에서 「천주교회보」로 창간, 「가톨릭신보」, 「가톨릭시보」, 「가톨릭신문」으로 개칭되면서 4.6배판에서 타블로이드판, 신문판형으로 그리고 월간에서 격주간, 주간으로 성장해왔습니다.
실로 그 연륜만큼이나 온갖 풍상을 겪으며 오늘에 이를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주님 은총에 감사드리며 그 기쁨을 국내외 애독자 여러분화 함께 하고자 합니다.
저희 가톨릭신문사 임직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남다른 각오로 이번 창간기념일을 맞이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올해가 은총의 해 2000년 대희년이기 때문입니다. 새천년을 여는 첫해 사순절에 맞는 일흔 세 번째 창간기념일은 언론사도직 종사자의 임무를 새롭게 일깨우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창간 기념일을 맞아 저희들은 70여년전 저 멀리 북간도 만주땅에서부터 최남단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전국 방방곡곡 수많은 신자분들의 열화같은 성원과 참여 속에 성장해온 본지의 초창기를 잊을 수 없습니다. 잠자던 민족의식을 일깨우고 매체선교의 장을 열어 교회 권익보호에 앞장섰던 가톨릭신문의 전통을 일으켜 세웠던 선배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새천년에 더욱 새로운 신문으로 거듭날 것을 다짐합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신문제작에 정열을 불태웠던 초창기 선배들의 창간정신으로 되돌아가고자 합니다.
참으로 새 천년, 21세기는 평신도의 시대가 괼 것이라는 예견이 많습니다. 더욱이 한국교회의 경우 200여년 한국천주교회 역사가 그러했듯 평신도에 의해 창설된 전통을 다시 꽃피울 시기가 바로 지금 우리 앞에 도래했다는 것입니다. 우리 선조들은 스스로 신앙을 받아들여왔고 누가 뭐라 하든 교회의 가르침을 이웃에 전하는 적극적인 전교사였습니다.
우리 교회의 역사는 100여년의 전반기 박해시기를 거쳐 현대에 이르는 과도기 동안에 그러한 적극적인 평신도 상이 약화되었습니다. 그 원인과 대책을 세워야 할 때 입니다. 지금부터라도 평신도 지도자 양성에 더욱 힘을 기울이고, 평신도 스스로 공부하는 자세를 가다듬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자발적이고 헌신적인 평신도 선각자들의 적극적인 매체선교 활동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가톨릭신문은 공부하는 평신도상 정립에 더욱 힘을 기울여 나갈 것입니다. 교회 창설 초창기부터 평신도 교육에 적극 나선 결과 지금 미국교회가 대사회적인 영향력에서 안팎으로 활기한 교회가 될 수 있었던 사례는 우리가 본받아야 할 귀중한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교회의 시대의 징표를 읽어야 합니다. 그 징표를 알려주는 것이야 말로 가톨릭신문이 해야 할 일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급속한 속도로 변화하는 정보화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 변화속도가 어떻게나 빠른지 정신차리지 않으면 목적도 없이 그냥 빨려 들어가야 하는 세태가 도래한 것입니다.
그러나 교회는 늘 새롭게 바뀌면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또한 교회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가톨릭신문은 변화와 그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고 또 그 변화가 바른 길로 흘러가도록 끊임없는 관심을 기울여 나가겠습니다. 바로 이런 변화에도 흔들림 없는 굳은 신앙을 키우는데 앞장서는 교회신문이 되겠습니다.
무엇보다 본지가 꾸준히 펼쳐온 사랑 나눔 활동에도 더욱 앞장서는 신문이 되겠습니다. 차제에 대도시 본당의 미사참례 예물을 모아서 시골 본당, 벽지공소에 보내주는 실질적인 나눔운동에도 나서줄 것을 제안합니다. 미사예물의 본뜻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가난한 사제와 교회에 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 교회가 언제 닥칠지 모르는 갑작스런 통일을 대비할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민족 최대의 염원인 조국통일은 빠르면 10년, 늦어도 20~30년 내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소식보도, 보조일치와 더불어 본지의 사시 중 하나인 조국성화야말로 조만간 허락하실 통일의 그날부터 실질적으로 시작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창간독자님의 말씀처럼 『가톨릭신문의 역사는 한국천주교회의 역사』라는 평가 그대로 한국교회의 정론지로서 역할을 다해 나갈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합니다. 하느님이 원하시는 일을 하는 신문, 하느님이 성령을 통해서 도와주시는 신문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난 73년 동안 남다른 사명감과 역사인식으로 한국 교회 근대사를 살아온 가톨릭신문은 이제 새로운 희망, 새 천년, 21세기를 여는 은총의 대희년을 새롭게 시작하고자 합니다. 교황성하의 2000년 교회역사에 있어서 과오를 용서 청하신 모범을 따라 한국교회도 새출발의 의지를 다지고 있는 이때 본지에게 맡겨진 사명이 더욱 막중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지난 세월 한국 교회와 더불어 성장해온 가톨릭신문은 이제 새로운 선택을 통해 보다 진취적인 자세로 시대의 징표를 읽고 교회의 가르침을 애독자들가 함께 나누는 「깨어있는 신문」으로 새로운 천년대를 열어 나가는데 앞장서 갈 것입니다. 애독자 여러분, 새로운 각오로 매체선교의 장을 열어갈 저희들을 격려해주시고 더욱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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