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고 있는 아름다운 계절. 살랑대는 봄바람을 맞으며 연분홍 꽃길을 걷는 여행은 생각만으로도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4월에 접어들 무렵이면 우리나라는 전국이 꽃축제에 휩싸이곤 한다. 시끄러운 선거판이 나른한 봄의 길목을 어지럽히고 있지만, 올해도 어김업이 꽃들은 피어난다. 지난 한주 통일된 독일을 둘러보면서 도시 한복판과 들과 산에 피어나는 수많은 꽃들이 새로운 변화와 번영을 상징하듯 피어나는 모습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다.
겨울은 가고 봄은 온다
국토면적 35만8000㎢. 인구 8200만. 그리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지 10년. 격동의 순간에 독일통일을 둘러싸고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들도 이제는 저쪽 무대 뒤편으로 사라져 갔는데, 새봄을 맞아 저렇게 꽃은 활짝피어 있었다.
고르바초프, 조지 부시, 미테랑, 마가렛 대처…. 그리고 통일을 주도했던 헬무트 콜 총리.
내가 둘러본 오늘의 수도 베를린은 전체가 건축공사장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여기저기 꽃밭에는 꽃이 피어있었다. 독일의 국민총생산은 2500조원. 미국, 일본 다음으로 세계3위의 초강대국.
1인당 국민소득은 2만9000 마르크(약 1900만원)라고 하지만 통일비용부감으로 결국 국민의 불만이 표출되는 바람에 1998년 헬무트 콜 정권이 물러나고 사민당과 녹색당의 슈뢰더 정권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금년 5월 총선에서 기민당과 사민당간에 사활을 건 한판승부가 예고되고 있지만 결국 겨울은 가고 봄이 오는 계절의 변화만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무슨 설움, 무슨 기쁨 때문에 저렇게 강물은 또 풀리고 봄꽃은 피는지 모르지만 독일이나 우리나라가 바다로 흘러가는 강은 몸을 풀고 봄하늘을 거기에 담고 있으니 자연의 섭리는 참으로 신비롭기만 하다.
우리도 4·13총선의 아귀다툼소리에 아랑곳 하지 않고 우리를 일상의 무력함과 누추함을 일시에 벗어던지고 새천년 희망의 봄 축제를 펼치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벚꽃길을 따라 힘차게 달리면서, 승부욕도, 짜릿한 순간의 감동도, 갈채를 보내는 관중도 없는 저 꽃길을 달리는 이유를 나름대로 정리해본다.
그것은 고독한 자기와의 싸움을 통해 자기자신이 살아있음을 증명해 보이려는 존재확인의 열망일 것이다. 인간존재를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자신이 성취해 보이려는 것은 마치 꽃들이 피어나는 이치와 흡사하리라.
라인강의 물길을 따라 달리는 특급 열차 안에서 나는 독일국민의 민족혼을 보았다. 프랑크푸르트 외곽에 세워진 초대형 비스마르크 동상에서 강인한 독일인의 투지를 보았다. 그리고 게르만 민족의 저력과 근면함을 두려운 눈으로 보며, 분단된 조국의 현실을 조감해 보았다.
이제는 정정당당한 승부를
지금 정치인들이 싸우는 선거판, 주먹질에 욕설 그리고 식권과 지폐가 난무하는 4·13 선거판. 엄격한 게임의 룰도, 정정당당한 페어플레이 정신도 찾아볼 수 없는 불법과 탈법의 반칙만이 싸움판을 주도하고 있는 오늘의 정치판.
기자는 붓을 버리고 감투싸움에 매달려 있고, 관직을 발판으로 정계에 뛰어든 관리는 더 위세좋은 감투를 차지하고, 법률가는 법전을 팽개치고 밀실정치로 날을 지새고 있다면 국민들은 과연 누구를 믿고 따라야 하는가!
기업은 정경유착에서 벼락부자의 비밀을 체득했고, 군인이 정치연단에서 설치는 판이라면 그에 못지 않게 약삭빠르고 야심있는 자들이 정상배의 이득을 놓칠리가 있겠는가!
그래서 기회주의자와 출세주의자가 판을 치는 세태가 된지 오래다. 그래서 정치란 직업은 몫이 좋은 큰 돈 만지는 직업이 되고 말았다.
정치가 투기판이 되고 카지노에 무법자의 마피아가 합세하고 그 때문에 국민들은 온통 바보가 되어 하늘만 쳐다보게 된 것이다.
대낮에 모두가 보고 있고 듣고 있는 데서 유치하고 치졸한 거짓말을 태연히 하고 있는 자들이 사회의 지도층이라고 큰 소리치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국내에서 살 자격이 없다고? 네로 같은 폭군이라고? 북한의 대통령이라고 착각하고 있다고?』
이쯤에서 냉정을 되찾고 최소한 지켜야할 예의와 양식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이제 모두가 이성을 되찾고 제자리에서 새천년의 희망을 얘기했으면 좋겠다. 새천년 들어 처음 맞는 봄. 아름다운 계절을 제발 망치지 말자. 결국 모든 게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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