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나는 막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살구나무가 비에 젖고 있는 앞에 무심히 서 있었다.
때마침 쉬파리 한 마리가 비에 젖고 있는 꽃봉오리 속으로 파고드는 것을 보면서 처음에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안쓰럽다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섬뜩한 생각으로 바뀌는 순간, 이상야릇한 충동이 가슴속에 일렁였다.
하느님의 말씀인 빛을 그리워하면서도 그 말씀을 받아들여 사랑을 실천하지 못하는 나의 추한 몰골이 그 꽃망울에 겹쳤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새천년의 첫 부활절을 맞을 준비에 부풀어 있다.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한세기의 새벽을 맞는 것도 무한한 영광이라고 하는데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새 천년기의 아침을 열어주셨다.
이 소중한 순간이 그분께서 우리들에게 이 땅에 진정한 화해의 꽃밭을 가꿔나가야할 소명을 주신 것이라면 이 영광스런 순간들을 우리는 추호도 헛되이 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날마다 주님의 수난과 성모님의 고통을 묵상하면서 꽃같은 마음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함으로써, 이 땅에서 빛의 증거자가 돼 그 영광을 하느님께 돌려드리자.
그 어느 해 보다도 풍성한 성령의 결실을 맺는 부활절이 될 수 있도록 대희년의 사순시기를 잘 보내야겠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