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초 저희 가족은 11박12일에 걸친 스페인 포르투갈 성지순례를 다녀왔습니다. 만만치 않은 비용에 가족 4명 각자의 계획을 조정하는 등 신경 쓸 일이 많아 순례 전부터 시작된 기도는 무사 귀환하는 순간까지 이어졌습니다. 스페인에 도착한 다음 날 바르셀로나 성가정 성당(Sagrada Familia)에서 드린 첫 미사에서, 동행한 신부님께서는 성지순례는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성지로부터 초대받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서울을 떠나기 전까지 행여 돌발사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던 제 생각은 한낱 기우였음을 알게 되면서, 이후의 일정은 말 그대로 모두 감사할 일뿐이었습니다.
2만2천개가 넘는 성당과 전 세계에서 종교적인 건축물이 가장 많다는 스페인의 중남부 지방을 여행하다 보니 처음에는 건축물의 웅대함과 장엄함에 압도되어 스페인이라는 나라가 부럽다 못해 시기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수백 년에 걸쳐 완성된 성당과 건축물의 한 마디, 한 조각마다 주님과 성모님에 대한 사랑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음을 발견하고는, 이 모든 건축물들이 사람의 힘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그리고 건축물들이 완성되도록 인도하신 주님께서 사람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손수 만든 요리를 우리 각자의 그릇에 정성스럽게 나누어 담으며 어눌한 한국어 발음으로 ‘더 드릴까요?’를 외치던 스페인인 요리장,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 온 관광객들에게 ‘올라(Hola)’하며 먼저 인사를 나누어주던 정겨운 스페인 사람들. 신부님은 강론 때마다, 순례지의 장관에만 시선을 두지 말고 살아 있는 사람들의 아름다움을 만나자, 기도 중에 스페인과 포르투갈 국민들을 기억하자고 말씀하시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빠뜨리지 않으시며 저희 모두의 모델이 되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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