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지 2주기라니, 참 빠르다.
과연 나는 김수환 추기경의 삶을 닮아가려 얼마나 노력했던가. 한국사회에 나눔 문화를 퍼트린 그의 사랑과 나눔 정신에 어느 정도 동참했던가. 그를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부끄러워지는 때다.
김수환 추기경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게 참 많다. 환하게 웃는 아이 같은 미소, 가난한 이웃과 함께한 소박함, 선종 후에도 실천한 생명 나눔, 청빈한 삶, 한국 천주교 최초의 추기경 등. 그를 떠올리게 하는 상징들은 참 많다. 그가 떠난 지 어느덧 2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국민들은 그를 떠올리고 추억한다.
문득 궁금해진다. 어떻게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을 수 있을까. 그건 아마도 그의 넓고 깊은 ‘사랑’ 때문인 것 같다.
김 추기경의 이러한 사랑을 체험한 적이 한 번 있었다. 초년기자인 나로서는 김수환 추기경을 옆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고, 2008년 12월 24일 그가 선종하기 바로 전 해의 크리스마스 이브에 만났을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됐다. 당시 강남성모병원(현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해 있던 그는 이날 환우들과 함께하기 위해 휠체어를 타고 미사에 참례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당시 그는 병마와 처절하게 싸우고 있던 중이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미사가 끝나고 그가 입원해 있던 병실을 찾았다. 운 좋게도 병실 문이 열려 있었고 그를 만날 수 있었다. 병마와 힘겨운 싸움이 계속됐던 시기였지만 그는 그 고통 속에서도 환하게 웃어줬다. “어려움이 많지요. 하느님의 소중한 도구로 기자 생활 열심히 하세요.” 감동이 밀려왔다. 그리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자신보다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넓은 마음, 따뜻한 마음, 모든 것을 포용하는 사랑의 마음이 온 몸으로 느껴졌다.
모든 것을 품는 그의 넓고 깊은 사랑이 그리워지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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