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들어서 우리나라 미술계에는 한국적인 우리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이른바 토착화의 큰 바람이 일었다. 요즈음은 도처에서 국제화, 세계화라는 바람이 일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한번쯤 반성해봐야 될 것이 있다. 선진국 따라 다니는 것이 세계화요, 국제화냐 하는 것에 대해서다.
한국가톨릭교회 안에서는 토착화 논의가 계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림이란 하루에도 수천번을 지웠다 그렸다 할 수 있다. 그런데 교회란 워낙 그 구성요인이 방대한 것이라서 고쳤다가 또 뒤집어 고치기가 쉽지 않은 데에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하루에도 만번을 고쳐 그리는 그림도 내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운 것인데 하물며 종교의 토착화 문제에 있어서랴.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천주교라는 종교가 한국땅에 들어온지 200년이 넘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사회에서 낯설다는 것이다. 어색함이 없이 자연스럽게 생활화되려면 어떻게 변화해야 할 것인지, 그것이 토착화 논의의 초점이다.
진리는 하나이다. 그러나 삶의 방식은 지역마다 다른 것이 당연한 이치이다. 문화도 충돌하면 어느 한쪽이 깨지던가 서로 다치던가 하는 것이다. 매사에 옳은 것을 찾는데 빠른 길이란 없는 것이다. 세계의 모든 고귀한 가치를 두루 찾아 수용하고 소화하여야만 된다. 그런다 해도 안될 수도 있고, 될 수도 있다 한 것이 추사의 말이다. 나의 그림은 어떠한 회화의 규율에도 얽매이지 않으며 다만 스스로 즐길 뿐이라한 제백석의 말이 생각난다.
토착화의 문제는 토착화가 다 이루어지면 논의의 여지가 없어질 것이다. 그것은 추사선생 말씀처럼 다 수용하고, 다 소화된 연후의 일이고, 제백석 선생처럼 어떠한 규율에도 메이지 않고 다만 스스로 즐길 뿐이라 말할 수 있을 때, 완전한 내 것이 될 때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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