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이 피는 계절이면 봄이 성큼 다가온 것을 느끼곤 한다. 며칠 전부터 가끔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이 올해도 생명의 기운을 일으키고 있는 듯 하다.
그런 부드러운 공기 속에서도 매서운 겨울 향기를 품은 바람이 마음을 스산하게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언덕 위에 서 계신 예수님상을 보았다. 성당 꼭대기에서 두 팔을 활짝 벌린 채 세상을 향해 누워신 모습.
싸늘한 바람 속에 서계신 금속의 예수님상을 떠올리며 주님께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뜻한 봄기운을 속에서 움추려드는 내 모습을 발견하였기 때문이다.
주님보다 따뜻한 차 안에서 「추운 날씨」를 떠올리는 나를 되돌아 보았다. 주님은 어떤 곳인지 계산해 보거나 따져 보지않고 우리가 있는 곳이기에 그곳에서 서 계셨다. 스스로 주님을 위해 부끄럽게 살지 않았다면 그곳에 서계신 모습이 그토록 추워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주님을 따뜻하게 해드리자. 우리가 밝히는 작은 기도의 촛불과 이웃과 함께 하는 부딪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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