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가 방학 중이라고는 하지만, 지난 1월, 2월에는, 다른 많은 학교와 마찬가지로 본인이 교장으로 있는 학교에서도 전임, 기간제, 강사 선생님들을 뽑느라고 관계되는 사람들이 몹시 바빴습니다. 바야흐로 취업의 계절인 것입니다.
올해는 몇몇 주요 과목의 전임 선생님을 뽑아야 하는 사정이라 그 과정에서 많은 지원자들의 원서를 대하였고 지원자 면접을 하였으며 잘 준비된 수업 시강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들 가운데 젊고 의욕이 넘치며, 자격과 실력이 쟁쟁한 선생님들이 넘쳐 나는 것을 보며, 다른 선생님들께 농담으로 “내게 학교가 열댓 개 있다면 다 뽑고 싶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젊은이들에게 취업의 기회는 아주 좁아, 임용이 되는 한두 분을 빼고 많은 이들이 좌절을 겪는 모습을 봅니다. 이렇게들 힘들여 들어오고자 하는 교직에 머물러 있으면서, 이들과 같은 노력을 하지 않고 기성 교사로 자리만 꿰차고 있다면 참 미안한 일이겠다는 마음이 들었고, 초심으로 돌아가서 노력하고 연구하는 교사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들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새삼 오늘날 취업 현실에는 남녀 차별이 알게 모르게 있는 것을 보게 되었는데, 이 지면을 통해 그 문제점과 해결 방안에 대해 나누고 싶습니다.
교직의 특성 때문인지, 아니면 고용 시장의 흐름 때문인지, 지원자들 가운데는 압도적으로 여성 지원자가 많았고 그들 중 많은 이들은 출신학교, 학점, 토익점수, 자격증, 자기소개서뿐 아니라 동아리, 해외 연수 경험까지 등 각종 스펙에서 자격이 넘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마지막 단계로 수업 시강을 하게 되어 네 명의 여성 지원자와 한 명의 남성 지원자를 올리게 되었는데, 해당 과목 선생님들과 관계되는 선생님들의 의견을 들어 최종으로는 남성 지원자를 전임으로 뽑기로 결정을 하였습니다. 그 남성 지원자가 훌륭한 자격을 갖춘 선생님이 아니지는 않지만, 외견 상 실력과 의욕이 더 넘치는 여성 지원자들을 뒤로 두게 되어 무척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왜 이런 결정을 하게 되었을까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학교 사회에서 개인차가 있지만 사실, 잘 가르치고 학급관리를 자상하게 잘 하는 분들 가운데는 여성이 많습니다. 특히나 여학교에서는 여성 선생님들이 가정과 사회생활을 함께 수행하는 모습을 보며 학생들이 롤 모델로 삼을 수 있기 때문에 여성의 존재가 중요합니다. 임신을 하고 출산 후 양육과 교직을 병행하는 모습은 그 자체가 좋은 교육이 됩니다. 그런데도 왜 남성 선생님을 모시려 할까 생각합니다. 여러 이유 중에 아마도 조직에의 기여도를 생각하게 되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 됩니다. 사립학교는 일단 교원이 임용되면 정년까지 한 학교에 머물기 때문에 한 개인의 실력만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것은 바로 함께 일할 수 있는 능력과 조직에의 기여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남성들과 여성들은 직장을 바라보는 관점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남성들에게 있어 직장은 곧 목숨과도 같은 것이고 이들에게 직장은 자신과 가족들을 부양하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에 직장에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반면 개인적인 차이가 있지만 여성 교원은 임신, 출산, 양육 등으로 가정 안에서 여성이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커서, 학교생활에 대한 투신이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게 됩니다.
임용 과정에서 본인이 취한 태도를 보며, 교회 안의 양성 평등을 주장하는 여성소위원회의 총무로서의 입장과, 한 기관의 책임자로서의 입장이 서로 대립하는 모순을 발견하며 갈등을 느꼈습니다. 취업 전선에서 여성들이 겪는 일종의 차별은, 사실 여성들만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나를 포함한 여성들은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서, “여성들이 전임이 되고 나서 태도가 달라졌다. 특히나 임신 중에, 그리고 출산하고 나서 학교에서 일을 덜 열심히 한다”는 식의 평이 나오지 않게 하여야 된다고 봅니다. 그러나 더 근본적으로 이러한 문제가 개선되려면, 양육을 여성들에게만 의존하는 사회적, 제도적인 관행이 개선되어 출산과 양육으로 인해 여성에게 취업의 기회가 좁아지는 일이 줄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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