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의 일이다.
세상살이 여러 가지 풀리지 않는 문제들로 하여 고민이 컸던 시절의 일이었다. 어느 주교님의 글을 읽는 중에 일찍이 하느님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요한복음 서두에 기록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대목을 읽는 순간 대단히 놀랐는데 지금도 그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
나는 즉시 성서를 찾아 펼쳐보았다. 『일찍이 하느님을 본 사람은 없다. 그런데 아버지의 품안에 계신 외아들로서 하느님과 똑같으신 그 분이 하느님을 알려주셨다』
나는 하느님을 못 보고 있는 줄 알고 있던 차에 아무도 본 사람이 없었다고 성서에 기록되어 있는 것인데 그야말로 기적 같은 일이었다. 내가 왜 일찍이 이 대목을 보지 못했는가. 나만 보지 못한다고 부끄러워하였다. 그 순간 이상한 안도감 같은 것이 생기는 것이었다. 그 뒤로 여러가지 책들을 읽는 중에 점차 확연하게 알 수가 있었다. 그분을 본 이가 없었다는 것을….
하느님을 본 사람은 없다. 그리고 하느님을 아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하느님은 눈으로 볼 수 있는 분이 아니고 또 그분은 사람의 이성으로 이해될 수 있는 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둘기 모양을 한 성령이 하늘에서 내려와 예수님의 머리 위에 머무는 것을 보고서야 이 분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요한이 고백하였다.
『물로 세례를 베풀라고 나에게 일러준 분이 그런 광경을 보거근 그가 바로 성령으로 세례를 베푸실 분 인 줄 알라고 말씀해주셨는데 내가 지금 그 광경을 보았으니 이 분이 하느님의 아들이다』하고 요한이 증언하였다.
하느님을 못 본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과 하느님은 알 수 잇는 분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나서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졌는데 그 또한 알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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