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함은 하느님의 명에 따라 사랑하는 외아들 이사악을 제물로 바치기 위해 아침 일찍 장작을 쪼재 모리야 땅으로 떠났다(창세기 22, 2~3).
모리야는 기원전 1000년경에 다윗이 은 50세결을 주고 산 땅으로, 솔로몬이 화려한 성전과 궁전을 건설한 곳이므로 분명 사막 지대는 아닌 듯하다. 그런데 왜 아브라함은 미리 장작을 준비했을까?
오직 자연에만 의존해서 살아가야 하는 그때 당시로서는 신의 노여움을 살만한 일은 아예 삼간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대를 사는 우리가 나무를 제대로 알고 숲을 보전해야 하는 이유는 자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다.
FAO(유엔 식량 농업기관)가 99년 3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95년 현재) 전세계의 삼림면적은 1초당 축구장 2개만한 크기가 사라져 가고 있다. 이처럼 삼림이 급속도로 파괴되는 원인은 자연적이라기보다 인산 삶의 양식에 있다.
문명국의 사람들 대부분이 삼림파괴에 한 몫을 담당하고 있지만 다행스럽게도 미래세대와 이웃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중국의 변방 오로촌 사람들로 비교적 비문명화된 지역에 거주하는 7000여명의 소수민족이다.
오로촌 주민은 사냥과 고기잡이를 하며 살아가는데, 산에 들어서면 사냥에 앞서 신 앞에 먼저 간단한 제사를 지낸다. 사냥을 끝낸 뒤에도 산에서 내려오기 전에 반드시 사냥한 짐승의 고기를 신에게 바치며 제사한다.
이들은 또한 배를 만들기 위해 큰 통나무의 껍질을 벗길 때도 나무를 자르는 법이 없다. 꼭 필요한 만큼만 벗겨낼 뿐, 그 이상의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자연으로부터 식량이나 도구를 구할 때 그들의 태도는 매우 신중하고 겸허하다.
울창한 나무숲 덕분에 우리는 홍수나 갈수(渴水), 시끄러운 소음이나 바람, 눈, 안개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나무가 없으면 당장 종이를 사용할 수 없게 되고, 건물을 지을수도, 가구를 만들 수도 없게 된다.
그 뿐인가? 오늘날처럼 혼탁한 대기는 나무가 아니면 그 누가 있어 정화해줄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나무 없이는 단 하루도 버틸 수 없는 우리들이다. 자연을 두려워하고 감사하며 살 줄 아는 사람들에게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4월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