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대희년, 새 천년의 첫 해를 여는 올해 첫 부활절을 앞두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전세계 사제들에게 보내는 성 목요일 서한을 발표해 사제직의 한가운데에 성체성사의 신비가 자리잡고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참으로 성체성사의 신비는 우리 신앙 생활의 핵심이다. 인류를 위해 십자가에 매달려 스스로의 희생 제물로 봉헌하고 다시금 부활해 인류 구원의 위업을 완성하신 예수그리스도는 매일매일 전세계에서 끝없이 되풀이되고 있는 이 성사를 통해 우리 곁에 실제 현존하신다.
특별히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를 재현하는 사제직에 있어서 성체성사의 신비는 그 핵심이다. 교황은 서한에서 모든 사제들은 바로 성체성사 안에서 자신의 거룩한 고독을 이겨내며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위안과 힘을 얻는다고 말하고 있다 사제의 거룩한 삶과 성덕이 평신도들의 참된 믿음을 굳게 해주고 성화를 돕는다는 것은 물론이다. 교황은 다시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들은 성체성사의 빛 안에서 우리들의 사제직을 다시 발견해야 합니다. 우리 공동체가 매일 미사에서, 그리고 특히 주일미사에서 이 보화를 다시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성체의 신비스런 변화가 바로 희생제사로서 미사를 봉헌하는 사제들의 손끝에서 이루어진다. 거룩한 미사를 봉헌하는 사제들의 거룩한 삶,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과 겸손을 본받아 자신을 끝없이 희생하고 자기에게 맡겨진 양들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고자 하는 사제들의 성덕은 모든 신자들을 감화시켜 하느님 나라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이끌 것이다.
여기서 우리들은 성체성사에 임하는 우리들의 자세를 다시 한 번 다져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과연 매일, 매주일 미사를 그저 의무감으로, 형식적으로 참례하고 있지는 않은가.
교황은 서한에서 교회의 가르침을 다시한번 확인해준다. 『성체성사 안의 현존은 초월적입니다. 과거를 상징적으로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살아있는 현존이 이뤄집니다』
성체성사를 통해 성자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다만 상징이나 표징이 아니라 실제의 살과 피로 거룩하게 변화됨을 교회는 가르친다.
우리는 성체성사가 갖는 의미를 다시 한번 깊이 묵상하고 매번 참례하는 미사를 통해 현존하는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 신앙생활의 중심에 모시고자 하는 결의를 다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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