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순을 뒤이어 임금이 된 탕왕은 반명(盤銘)에 자신을 경계하는 문구 「구일신 일일신 우일신(苟日新 日日新 又日新)」을 새겨 넣고 매일 몸을 씻을 때마다 읽머 마음에 새겼다.
반명은 목욕하는 그릇으로, 거기에 새겨진 내용을 풀이하면, 「진실로 하루가 새로워지면 나날이 새롭게 하고 또 날마다 새롭게 하라」는 뜻이다. 요임금이나 순임금처럼 어진 임금이 되어 백성들을 편안히 해주기 위해 그는 날마다 몸을 씻으며 마음도 함께 씻기에 힘썼던 것이다. 백성을 지극히 사랑하는 성군(聖君)은 그냥 절로 나는 것이 아니구나 싶어 옷깃을 여미게 하는「대학」의 한 구절이다.
그런데 세숫대야 하나로 이천년을 내려오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다.
그는 가난하고 비참한 곳에서 태어나 굶주리고, 병들고, 목말라하는 이들과 늘 함께 했다. 그러자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는 해박한 지식이나 훌륭한 업적을 이루어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것을 가르치지 않았고, 다만 겸손한 마음으로 병들고 가난한 이들의 고통에 진정으로 함께 하는 것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죽기 전날 그는 제자들을 식사에 초대했다. 그리고 「식탁에서 일어나 겉옷을 벗고 수건을 허리에 두르신 뒤, 대야에 물을 떠서 제자들의 발을 차례로 씻고 허리에 두르셨던 수건으로 닦아 주셨다」(요한 13,4~5). 그리고 제자들에게 「스승이며 주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어주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주어야 한다」(요한 13,14)고 이르셨다.
대희년 성목요일에도 그 정신을 기리고자 전세계의 모든 교회에서는 사제들이 허리를 굽혀 신자들의 발을 씻겨주며 이웃과 함께 하는 삶의 모범을 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성 목요일 하루에 그쳐서는 안된다.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그 사랑을 매일 실천할 수도 있다. 오늘날 지구촌 곳곳에선 매일같이 기아(飢餓)와 질병으로 죽어 가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그중에 모잠비크를 비롯한 아프리카의 몇몇 나라는 물 부족으로 인해 하루에도 수백명씩 죽어가고 있다.
중국의 탕임금이 매일 아침 저녁으로 「苟日新 日日新 又日新」을 읽으며 마음가짐을 새로 했듯이 우리도 손발을 씻을 때마다 이웃과 환경을 생각해봐야겠다. 이웃을 사랑하는데는 많은 것이 필요치 않다. 마음만 있다면 세숫대야 하나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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