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 동안 신문사에는 어느 때보다 가슴 따뜻한 미담들이 연이어 도착했다.
80평생 가까이 그릇 장사를 하며 모은 전 재산 5천여만 원을 대구가톨릭대 발전기금으로 전달한 이계순(논나) 할머니와 방광암 말기 판정을 받고 호스피스 병동에 있으면서 보험금으로 받은 마지막 재산 1천5백여만 원을 불우 어린이들을 위해 내놓은 최희주(마틸다)씨 사연이 그것이다.
이계순 할머니는 매월 기초노령연금 9만 원을 받고 생활하면서 최근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신청까지 한 처지다. 외부에서 볼 때 본인의 앞가림도 시급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나는 괜찮다’는 말로 그 같은 걱정스런 시선에 답했다는데, ‘궁핍한 가운데서도 가진 것을, 곧 생활비를 모두 다 넣은’ 성경속 ‘가난한 과부의 헌금’ 장면(마르 12,41~44)이 떠오르지 않을수 없었다.
자주 매스컴을 장식하는 억대 단위 성금들과 비교할 때 그 액수는 적다 할 수 있지만 정말 가진 것을 다 털어 어려운 이들에게 내놓은 이들의 기부는 예수님이 말씀하신, ‘헌금함에 돈을 넣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은 것’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이나 북미 사회와 비교해 볼 때, 교회안에서 조차, 생활 속의 지속적 기부 문화가 정착되지 못한 한국 상황에서 특히 우리 신자들에게 신앙적 의미의 진정한 나눔을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된 듯하다.
그간 교회나 사회 단체들 중심으로 기부 문화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펼쳐져 예전보다 인식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한국 사회 안에서의 기부와 자선 의미는 대기업 및 초 고소득층(Super Rich)들의 일회성 ‘눈도장 찍기’, 혹은 보통 사람들의 ‘눈물 지어내는 구제(救濟)수준’으로 이야기 들을 만큼 여전히 자리를 못잡고 있다는 평이다.
자연스레 몸에 밴 나눔 실천이 아니라 재난이 발생하거나 눈물겨운 사연이 있을 때 반짝 성금으로 모이는 경우가 많다는 점, 또 나보다 어려운 이를 위해 지금 가진 것을 나눈다기 보다 ‘남을 도울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것’, ‘여유가 생겼을 때 하는것’으로 여기는 등 올바르지 못한 인식들이 남아 있는 면 등이 그 예라 할 것이다.
‘기부’를 재화에 대한 공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유럽이나 북미 사회에서는 공정한 세금 제도라던가 유산을 대물림하기보다 사회로 환원하기, 또 죽음 전에 많은 것들을 사회단체나 교회에 헌납하는 문화로 그 틀이 자리 잡혀 있다. 재화는 인간이 공동으로 쓰도록 주어진 것이라는 그리스도교 사회 교리가 저변에 깊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슈가 있으면 어린이들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적극 모금에 참여하는 ‘일상적인’ 모습을 보인다.
독일교회 경우 2009년 한 해 동안 모금된 사회복지 후원 금액이 6천여억 원에 이르고 이 중 해외원조를 위해 모아진 액수만 675여억 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가톨리시즘을 배경으로 한 유럽 사회의 전형적인 기부 문화 사례가 아닌가 싶다. 아마도 유럽 교회를 면면히 지켜 가고 있는 내적 저력의 한 단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계순 할머니와 최희주 씨의 재산 기부는 쓰고 남은 것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은, 인간을 위해 피한방울까지 다 쏟으셨던 예수님을 닮은 것이라 본다. 그래서 사회 안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로 살아가야 할 신자들의 몫을 떠올리게 한다.
최희주 씨의 기부 소식은 병원 내 직원들을 감동시켜 인터넷 모금으로 번졌다고 한다. 진심어린 참 나눔이 또 다른 나눔을 낳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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