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의 첫 부활대축일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스스로 원하신 고난을 기꺼이 받아들이시고 당신 자신의 몸과 피를 성부께 온전하게 봉헌함으로써 새 땅과 새 하늘을 인류에게 열어주셨다.
죽음으로 그치는 한시적인 생명이 아니라 죽음으로써 오히려 새 세상을 가져오신 것이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은 우리 그리스도교 신앙에 있어서 가장 핵심을 이룬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인류가 질적으로 다른 새 세상을 맞게 한다. 그것은 사도들에게서 특히 그러했다. 인간적인 나약함과 두려움에 싸여 있던 사도들은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만나고 난 후 완전히 새롭게 태어났다.
새로운 천년을 여는 2000년 대희년에 처음으로 맞는 부활대축일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유례없는 고통과 절망의 나락에 떨어져 있던 우리 국민들에게는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부활하신 그리스도가 제자들에게 엄청난 용기와 신념을 불어넣어주셨듯이 올해 대희년의 부활은 우리 모두가 미래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갖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간신히 IMF의 위기를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우리에게는 여전히 남은 과제들이 많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가 경제가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다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살아가기에는 오히려 더 많은 어려움이 놓여 있다. 정치인들은 여전히 사리사욕과 당리당략을 쫓느라 국민들의 고통에는 예민하지 못하다.
교육 현장은 붕괴되어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의 장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민족의 화해와 일치의 길은 멀고 험하다.
교회 안에서도 새 천년의 과제는 산적해 있다. 높은 냉담률, 교세 증가의 둔감, 신앙과 삶의 유리, 가난한 이들의 소외, 물질주의의 만연으로 인한 영적 가치의 쇠퇴, 초월적인 가치에 대한 무관심, 인간을 실험 대상으로 삼는 과학의 맹목적인 발전 등은 교회 안팎에 산처럼 쌓여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신앙을 굳게 믿는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해주실 것이며 마침내 동방의 작은 나라, 스스로 복음을 찾아나서 고난의 가시밭길을 기꺼이 선택한 이 나라 이 땅에 당신의 기쁜 소식이 흘러 넘치게 할 것임을 믿는다.
그것이 바로 대희년의 부활대축일이 우리들에게 주는 희망의 메시지일 것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하께서 성서의 말씀을 빌어 『두려워 하지 말라』고 우리들에게 일러주듯이 우리는 미래가 아무리 어둡게 보여도 구세주의 빛이 어둠을 뜷고 우리를 비출 것임을 굳게 믿고 고백함으로써 새 천년의 큰 희망을 가질만한 충분한 유이우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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