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잎의 달이다. 따라서 태양의 달이다. 5월을 사랑하는 사람은 생명도 사랑한다. 절망하거나 체념하지 않는다. 권태로운 사랑 속에서도, 가난하고 담담한 살림 속에서도 우유와 같은 맑은 5월의 공기를 호흡하는 사람들은 건강한 희열을 맛본다』 이어령(차 한잔의 사상)
생명과 사랑의 달
4월이 가고 5월이 온다. 잎과 태양이 눈부시고, 망울진 봉오리가 아름다운 5월이 온다. 어머니를 생각하는 아름다운 계절, 하이네가 시를 쓰고, 슈만이 곡을 붙인 「시인의 사랑」에서도 눈이 부시게 푸르른 5월을 예찬했다.
『모든 봉오리가 꽃으로 피는/ 눈시도록 아름다운 5월에, 모든 새들이 노래를 터뜨리는/ 눈시도록 아름다운 5월에』우리가 어떻게 생명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으랴. 생명의 근원 우리 어머니, 어머니를 생각한다.
5월의 달력을 넘겨보면 알 수가 있다.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그리고 부처님 오신 날이 5월에 모여있다. 5월은 생명 사랑의 달이다.
이 세상에서 생명의 신비처럼 거룩하고 위대한 것은 다시 없다. 생명의 탄생이 우리들이 뜨거운 삶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생명의 신비는 자주 말하면서도 인간의 존엄성은 모르고, 사랑의 위대함은 찬양하면서도 그것을 실천할 줄은 모르고 있다.
종교란 우리에게 무엇인가. 기독교, 불교, 천도교를 가릴 것 없이 그 근원에는 사랑의 정신을 최고의 선으로 삼고 있다.
기독교의 박애와 불교의 자비도 결국 사랑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5월은 인간생명만이 아니라 이땅에 생명있는 중생을 사랑하는 법과 그 길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불교의 「아사세왕 수결경」에는 가난한 여인의 등불 얘기가 나온다. 부처가 아사세왕의 초대를 받은 다음 기원정사로 돌아갈 때, 왕이 밤길에 수많은 불을 밝혀 왕궁에서 정사까지 장식하였다.
이때 가난한 한 여인도 등 하나를 헌납하여 부처에게 공양하고자 했으나 양초를 살 돈이 없었다. 그래서 자기 머리카락을 잘라 그 돈으로 등 하나를 사 보잘 것 없는 등 하나를 바쳤다.
밤이 깊어지자 때마침 일진의 광풍이 불더니 왕이 장식한 화려한 등불들은 하나 둘 씩 꺼지기 시작해 빛을 잃었다. 그러나 보잘 것 없는 여인의 등불만은 꺼지지 않고 점점 더 밝은 빛을 내, 부처의 발길을 환히 비추었다.
참된 마음이 담긴 여인의 등불을 부처가 소중하게 여겼다는 이야기이다. 성서에도 이같은 예화는 적지 않다. 「눈믈을 흘리며 씨 뿌리는 자, 기뻐하며 거두어 들이리라』고 시편에 적고 있다.
종교간 벽 허물고 화합으로
5월에는 부처님 오신 날이 있다. 천주교가 불기 2544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처음으로 경축메시지를 발표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교회 일치와 종교간 대화위원회」의 쵝산 위원장 명의로 발표한 메시지에서 『불교는 한 민족 수난의 역사 속에서 위로와 평화를 민족이 마음 속에 깊이 심어주었다』면서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가톨릭 신자드을 대표해 불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축하 인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종교간 벽을 넘어 이같은 경축메시지를 가톨릭교회가 발표했다는 것은 신선한 감동이 아닐 수 없다.
최주교는 『불자 여러분은 그간 우리 사회에 만연된 이기심, 탐욕, 도덕적 타락, 차별, 폭력, 불의에 항거하며 사람들의 가슴마다데 자비가 가득 넘치게 하고 중생들이 깨달음과 열반의 길을 가도록 선도해왔다』고 치하한 뒤 『불교와 가톨릭교회 사이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우호관계를 토대로 더욱 긴밀히 연대해 이땅을 사랑과 정의가 넘치는 곳으로 만들어 나가는 데 협력하고 다가오는 세대들에게 큰 희망을 주게 되기를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그 동안 교황 또는 주교 개인의 명의로 부처님 오신 날 관련 성명을 발표한 적은 있으나 한국천주교회가 공식적으로 다른 종교의 기념일에 경축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 종교가 절대 신성의 권위만을 내세우던 오만의 시대는 갔다.
생명에 대한 뜨거운 사랑, 여기에 종교적 이념의 편가르기가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편견과 아집을 버리고 겸손하게 상대를 인정할 때 교류와 협력과 화해는 가능한 것이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천주교회가 불교의 기념일에 경축메시지를 발표한 것을 계기로 이땅의 종교가 화해하고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이 성모성월에 이땅에 사랑과 정의가 넘치도록 하기위해 다가오는 다음 세대들에게 큰 희망을 주기 위해…
우린 어머니, 성모 마리아께 온 정성과 뜨거운 사랑을 담아 또 한번 무릎을 꿇고 기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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