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게임 중독에 의해 범죄가 일어난다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지난 해 부산에서 게임중독에 빠진 중학생이 자신을 나무라는 어머니를 목 졸라 살해하고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충격적인 패륜사건이 발생했고, 그 해 설 연휴에는 게임을 그만 하라고 꾸중하는 어머니를 살해한 20대 남자가 구속되기도 하였다. 그뿐이 아니다. 지난해 9월에는 한 부부가 인터넷 게임에 빠져 생후 3개월 된 갓난아기를 굶겨 죽이기도 하였다. 이처럼 입에 담기조차 힘든 패륜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소위 ‘게임중독 대책’이라는 것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을 게임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정부에서는 ‘게임 셧다운제’를 시행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언론에 보도된 사건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것이 과연 게임 때문에 일어난 문제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로 위에서 언급한 부산에서 일어난 중학생의 모친 살해사건 경우, 그 내막을 살펴보면, 편모가정에서 어머니가 일을 나가 아이를 제대로 돌볼 수 없었고, 그 과정에서 아이가 게임 과몰입 증상을 보이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어른들의 보살핌이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는 취약계층 가정 청소년들의 문제를 노출한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게임셧다운제와 같은 미봉책이 아니라, 조손가정이나 편모가정, 그리고 소득이 낮은 맞벌이 가정 등 취약계층 가정에 대한 청소년 지원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해 보임에도 불구하고 원인을 청소년 게임중독으로 단정짓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게임 중독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나 연구가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얼마 전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가 ‘게임 셧다운제’를 현행 「청소년보호법」에 명시하고 시행하기로 합의를 보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게임셧다운(Game Shut Down)제도는 온라인게임을 이용하면서 벌어지고 있는 인터넷 중독, 폭력성 증가, 사회성 결여 등과 같은 문제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고, 청소년의 수면권과 학습권을 신장한다는 명분으로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을 강제로 차단하자는 것이다. 이는 몇 년간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이 심각하다고 주장하던 여성가족부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애초에 여성가족부에서 게임 셧다운제도를 제안한 근거는 ‘청소년들의 수면권과 건강권의 보장’이었다. 청소년들의 건강을 위해서 일찍 자야한다는 배려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밤을 새우면서 공부하는 것을 오히려 권장되는 것이 현실이다. 어른들은 자정이 넘어 학원에서 돌아온 아이들을 대견하게 보거나, 새벽까지 공부해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고 종용한다. 그럼에도 청소년들의 건강이 염려되니 공부 셧다운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은 전혀 없다. 결국 청소년들의 건강권과 수면권을 보장하기 위해 게임 셧다운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은 공부하는 시간을 게임에 빼앗기는 것을 못마땅해하는 기성세대의 입장 표명일 뿐이다.
자정부터 아침 6시까지 강제적으로 청소년의 인터넷 게임 접속을 차단함으로써 청소년들을 보호한다고 하는 전근대적인 발상을 보이는 셧다운제도는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고 실효성도 별로 없는, 언뜻 보기에 전시 효과만 높은 규제 정책에 불과해 보인다.
그리고 만약 청소년 게임중독이 걱정이 된다면, ‘게임’보다는 ‘중독’에 초점을 맞춘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알코올·도박·마약 중독처럼 모든 중독은 일상생활을 제대로 이끌어갈 수 없게 만들어 여러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외국처럼 스스로 중독임을 인정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재활을 거쳐 다시 사회로 돌아와 생활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환경이 갖춰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청소년들의 여가시간 활용에 대한 조사와 더불어 청소년들이 어느 정도 게임을 즐기고 있는지, 실제로 청소년 과몰입의 현황은 어떠한지, 왜 과몰입하게 되는지, 과몰입의 원인이 개인적 특수성인지, 아니면 게임의 콘텐츠와 시스템의 문제인지, 혹 그 청소년의 가정, 교육, 사회적 환경이 문제인지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정말로 청소년들의 온라인 게임 과몰입이 정작 문제라면, 강제로 접속을 차단하는 것보다 청소년들이 왜 게임중독에 빠질 수밖에 없는 지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치유하고, 건강한 게임이용 문화를 재정립하는게 우선이어야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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