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흔 일곱이신 어머니는 예전에 비해 많이 늙으셨으나 나를 향한 당신의 눈길과 음성만큼은 조금도 변함이 없으시다.
모든 것이 자기를 버리고 타자화(他者化)하는 세상에서 어머니는 나의 영원한 고향이시다. 내가 태어나고 자랐으며 지금도 살고 잇는 서강(西江)동네는 지난 삼십년간 『무섭게』변해왔다.
『뜰 앞에 한강물은 언제나 맑고 푸른 하늘 우러러 와우 동산에 아름다운 우리 학교 서강 어린이』하며 아침 조회 때마다 목청껏 불러제끼던 교가에도 나오는 우리들의 놀이터 한강과 와우산은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낙원이 되어버렸다.
강냉이빵 하나를 더 타먹기 위하여 오후 늦게까지 교실에 남아 암송하던 「국민교육헌장」을 나는 지금도 외우고 있다. 그러나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타고 태어난』나는 철새들만의 서식지가 되어버린 밤섬에조차도 가볼 수 없는 실향민에 지나지 않는다.
종종 호박밭을 지나 왜우물에 가서 우물 속에 고개를 처박고는 물에 비친 서로의 일그러진 얼굴들을 바라보면서 『바아보 바아보』하며 서로를 놀리곤 했던 그 바보들은 지금 다 어디서 살고 있을까?
또 우리들이 꼬랑지에 성냥개비를 끼워 시집보내주던, 놀이터 담벼락을 새빨갛게 물들여 놓곤하던 고추잠자리 떼들은 다 어디로 날아가버린 것일까?
지난 몇년간 동경에 살면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동네마다 아기자기한 공원과 제법 시설을 갖춘 체육관과 품격있는 미술관과 박물관들이 있어서 쉬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쉬러 갈 수가 있었다는 점이다.
자연공원과 자연체육관이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연박물관이 사라져가고 있는 서울에서 이번에 새로 뽑힌 지역구 대표들의 사명은 어머니와도 같은 고향 만들기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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