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어린이들은 일본 만화영화 포켓몬스터에 푹 빠져 있다. 일본의 만화산업계는 이 만화 캐릭터 하나로 전세계 어린이들의 마음을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만화가 얼마나 인기가 잇는지 어른들로서는 상상이 안 될 정도다. 초등학교 주변에선 가끔씩 손도 대지 않은 멀쩡한 빵이 버려져 있는 걸 보게 되는데, 이것이 포켓몬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 빵을 산 아이들이 그 속에 들어있는 스티커와 딱지만 갖고 버린 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 영화가 아이들에게 끼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영향은 훨씬 더 심각하다. 이 만화는 캐릭터뿐만 아니라 내용 전개에 있어서까지 모두 매우 인간 중심적이며 폭력적이기 때문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의 심신발달에 도움이 될리 없다. 실제로 일본에선 포켓몬 피해사례가 적지 않게 보도되고 있다.
게다가 포켓몬이라 불리는 동물들에게선 자연성을 느낄 수 없다. 하딘 이러한 현상은 애니메이션 세계의 공통된 문제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디즈니 만화의 주인공들은 동물의 형상을 취하고 있을 뿐, 인간과 다를 게 없다. 그들의 표정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개나 고양이의 모습을 빌린 인간의 얼굴이라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이렇게 인위적으로 채색되고 왜곡된 동물 세계는 어린이들로 하여금 자연을 잇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인간 중심적으로 보게 만드는 교육을 무언중에 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이 자연의 고유한 내재적 가치를 상실하게 만드는데 한 몫했음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걷잡을 수 없는 포켓몬스터 열풍 앞에서 우리는 얄팍한 상혼에 멍들어 가는 어린이 문화에 대해 깊이 반성할 필요가 있다.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루소의 절규가 새삼 그립다. 루소의 이상(理想)은 합자연(合自然)의 교육을 통해 자연상태를 회복하고 보존하자는 것이다. 이 봄에는 포켓몬에 빠진 아이들을 데리고 들에 나가 따스한 웅덩이에서 개구리 알을 관찰하고, 부끄러운 듯 터켜 나오는 개나리를 보여주며 계산적인 이성에 기댈 게 아니라 자연적인 감성에 아이들을 맡겨 키워보면 어떨지?
자연이랴말로 비약이 없고, 질서정연하며, 거짓이 없어, 영감의 원천이며, 이성에 때묻지 않은 상상력과 무한한 직관력을 고양시키는 산실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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