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의 마지막 주 목요일 황사바람을 맞으며 나는 강을 끼고 달렸다. 때마침 저녁 무렵이라 강물위로 쏟아져 내리는 저녁노을이 금빛으로 빛났다.
약도를 보고 찾아간 성당 어귀에는 수백 년 묵은 아름드리 나무 한 그루가 반겨 맞아 주었다. 덕소성당은 주변에 예쁜 꽃나무가 즐비하게 늘어선 아담하고 소박한 건물이었다. 내가 그곳에 간 이유는 견진 교리에 환경강의를 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발견한 견진의 의미는 하느님과의 관계회복이었다. 환경운동은 내가 택한 이웃사랑의 방법이었다. 그런 차에 본당 신부님으로부터 환경강의 제의를 받고 나는 내심 놀랍고 반가웠다.
성당 안은 금새 신자들로 꽉 채워졌다. 중학교 1학년 학생부터 80여세에 이른 노부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두 눈을 빛내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많은 이야기를 준비했지만 도대체 어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담? 나는 잠시동안 고민했다. 그리곤 이내 물 이야기를 하기로 마음억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물 없이는 살 수 없고, 물을 아끼는 정도라면 누구라도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엔의 보고에 따르면 물 관계의 병으로 전세계 어린이들이 8초에 한 명 꼴로 사망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의 황하강은 하류에 이르기까지 8개의 성을 지나는데 도중에 물을 다 끌어다 쓰기 때문에 하류에 자리잡은 산뚱 지방은 농사도 지을 수 없고 공장가동도 어려운 형편이다. 이러한 사정은 인도의 갠지스강이나 미국의 콜로라도 강이나 매일반이다. 보다 심은 중앙아시아의 아랄해의 경우, 한때는 번성했던 일부 항구도시들이 이제는 낡은 어선만 덩그러니 버려진 황막한 사막으로 변해버렸다.
강의가 끝나고 난 뒤 신자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아주 유익하고 감동적이었다고 하는가하면 웃기는 얘기가 없어 재미없었다는 사라도 있었다. 그 때 한 아주머니가 지나가며 말했다. 『이미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얘기잖아』
그렇다! 환경은 이미 우리가 거의 다 알고 있는 얘기이다. 중요한 건 우리가 그렇게 잘 알면서도 환경을 망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알면서도 고치지 못한다면 우리가 죽어 하느님 앞에 섰을 때 그분의 피조물을 다 망가뜨린 벌을 어떻게 용서받을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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