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창의성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국민 개개인의 창의성 정도에 따라 국가 경쟁력이 달라진다고 믿는 경향이 짙어 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의 능력 가운데 예전에 중시했던 암기력과 표현력 못지않게 최근 들어 창의력에 주목하는 것이다.
인간이 지닌 창의적인 능력을 계발하려는 것이 창의성 교육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창의성 교육을 위한 각종 제도적 기반이 취약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초?중등학교에서 새로운 교원평가 제도를 전격적으로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학교교육에서 비판적 사고나 창의력 함양보다는 일류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한 암기력과 표현력 배양에 중점을 두었다. 정해진 교과서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기억에 오래 잘 남도록 가르쳐서 시험성적을 많이 올려주는 선생님이 훌륭한 교사였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현직 교사들 역시 학창시절에 배운 바가 그런 암기력과 표현력을 중시한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회는 암기력과 표현력에 관한 교육내용이나 교육방법, 나아가 그 평가방식에 대해서 대체로 익숙한 편이다. 그에 비해 창의력을 키우기 위한 교육내용이나 교육방법뿐만 아니라 평가방식에 대해서는 어설픈 지경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미래의 교원을 양성하는 교육 실상은 어떠한가? 교직담당 교수 대다수는 여전히 창의성 교육보다는 기능적 전문성 전수를 더 중시하는 상황이다. 신임교원을 선발하는 임용고사는 어떠한가? 일반적인 교사로서의 품성과 자질, 특히 전문 지식을 측정하는 성격이 강하지 결코 예비교사의 창의력 자체를 검증하는 속성은 찾기 힘들다. 더군다나 높은 경쟁률로 인해 창의성 교육 능력을 체계적으로 평가할 계제가 전혀 아니다.
그렇다면 기존의 교사들로 하여금 창의성 교육에 매진케 하면 좋지 않을까? 결국 교원평가를 통해서 유도해낼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발상은 쉽지만 실천하기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왜냐하면 여태까지 교육경험과는 아주 다른 생경한 내용과 방식으로 학생을 가르친다는 것은 하루아침에 해결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창의성 교육을 위해서는 교사가 먼저 ‘창의적인 기획력’을 발휘하여 새로운 교안 작성과 새로운 교재 마련을 시도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절대적 시간이 필요하다. 갖가지 잡무처리에 시달리게 하는 현재의 행정지원체계 아래에서는 초인적인 능력이 아니고서는 창의성 교육을 준비할 수 없는 현실이다.
창의성 교육을 어느 정도 잘하는지에 대한 평가를 하려면, 그보다 앞서서 창의성 교육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창의성 교육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대략 도출된다고 하더라도, ‘창의성’ 개념 자체에 대한 학문적 성찰과 과학적 검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 또한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아직까지 창의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학자들 사이에 합의된 내용이 많지 않다. 그리고 과학적 검증을 통해 축적되어진 그 관련 지식은 일천하다. 그런데 무엇을 근거로 창의성 교육을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창의력 함양을 위한 교육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무슨 교과과정에서 어떤 편제로 어떻게 가르칠 수 있으며, 또 그 교육성과에 대한 객관적 측정치를 통해 공정한 평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합의점이 과연 우리 사회에 존재하기는 하는 것인가?
창의성 교육을 위한 교원평가라는 발상 자체는 매우 창의적이지만, 그 추진방법과 시행효과는 오히려 창의성을 죽이는 결과를 빚어낼 판이다. 새로운 교원평가 결과에 따른 교사의 서열화, 학교의 서열화, 지역의 서열화로 인해서 마치 더러운 목욕물을 버리려다가 욕조 안의 아기까지 버리는 우를 범하는 꼴이다.
창의성 교육을 위한 교원평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인류의 4대 스승으로 일컬어지는 예수, 공자, 소크라테스, 싯다르타는 가장 대표적인 창의성 교육 사례를 제공하였다. 지극히 불손하지만, 이들을 우리나라의 새로운 교원평가 제도로서 평가한다면 과연 몇 점을 부여할 수 있을까? 창조의 영역에 가까이 가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가 인류문명의 단초를 제공하였지만, 누구나 언제든지 창조의 영역 안에 머물 수는 없다. 지나친 의욕은 모자람보다 못하다는 것이 불변의 진리라고 하겠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