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숙집이 담합을 했다. 주말에는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주린 배보다 메마른 정에 울었다. 꽃샘추위만큼 매서운 식품물가상승률은 OECD 국가 중 최고다. 우유, 고기, 계란. 몇 개 담지도 않았는데 장바구니에 담긴 물건은 2만 원을 넘었다.
그리고 어김없이 사순이다. 험난한 세상을 사는 우리들에게 어쩌면 매일이 사순이다. 사순시기를 어떻게 준비하고,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생각할 틈도 없이 세상은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가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삶이 힘겨워지는 이 가여운 이들에게 사순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들에게 ‘40일’이라는 사순 기간을 정해두고 예수의 수난과 죽음을 기념하며 부활을 준비하자고 할 때, 과연 얼마 만큼의 사람들이 귀를 기울일 수 있을까.
가해, 나해, 그리고 다해. 해를 돌아 다시 만난 사순은 어쩐지 마주치기 두려운 존재다. 진부한 사순특집이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지 않도록 하는 그 역할이 기자들의 손가락에 달려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세상과 교회를 함께 구성하는 나의 모습은 사순을 맞아 더욱 작아진다. ‘어려운 이웃들과 고통을 나눴던가’ ‘고통의 신비를 묵상했던가’ ‘내 탓이오, 가슴 치는 방법을 잊지는 않았던가’.
고민의 조각을 모아 연결한다. 사순은 어쩌면 그동안 아파 꺼내지 않았던 고민들을 꺼내어 되새기는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잊고 외면하려 했던 나와 이웃의 고민을 다시 비춰보는 시간 말이다.
그런 점에 있어 매년 조용히 다가오는 사순은 ‘거울’과도 같은 시간이다. 십자가 고통만큼 절절했던 이웃의 아픔을 외면했던 ‘나’를 돌아보기 때문이다.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윤동주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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