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는 ‘재의 수요일’인 3월 9일 전 세계 성당에서 ‘재의 예식’을 거행하며 사순시기를 시작한다. 사순시기는 ‘재의 수요일’에서 ‘주님 만찬 성목요일’의 주님 만찬 미사 전까지로, 올해는 3월 9일~4월 21일이다. 이기간 가톨릭에서는 대축일을 제외한 모든 미사 중에 ‘대영광송’과 복음 환호송인 ‘알렐루야’를 노래하지 않는다. 사제는 통회와 보속의 표시인 자색(보라색) 제의를 입고 미사를 봉헌한다.
사순은 거룩한 부활 축제로 나아가는 교회의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전례시기이다. 신앙인들은 사순시기 동안 매주 금요일과 성 금요일에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며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하고, 자신의 십자가를 묵상한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2011년 사순시기 담화를 통해 “우리 구세주와의 인격적인 만남과 단식과 자선을 통해 부활절을 향하는 회개의 여정이 우리가 받은 세례를 다시 발견하게 해준다”며 “사순시기에 우리는 세례 때 우리에게 베푸신 하느님의 은총이 우리의 모든 활동을 비추고 이끌도록 그 은총을 새롭게 받아들이자”고 당부했다. 교황은 아울러 “우리의 여정에서 돈에 집착하는 축재의 유혹에 자주 부딪치면서 우리 삶에서 하느님의 우선권을 훼손시키고 있다”며 “이 때문에 교회는 특별히 사순시기 동안 자선을 실천하도록 일깨우는데 자선은 바로 나누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사순시기에 가장 많이 접하는 말은 회개와 보속, 단식과 자선일 것이다. 신자들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을 요구하는 회개와 보속, 단식, 자선이 어렵고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단식을 통한 자선행위는 아름답지만 힘들다. 하지만 회개와 고행 없이 자선을 베푼다는 것은 그냥 가진 것을 하나 덜어서 주는 것과 같다. 내가 가진 것을 남에게 주는 실천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사회 분위기나 주위의 보이지 않는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나눈다면 진정한 의미의 나눔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행위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아픈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
사순절을 단순히 매년 돌아오는 형식적인 시간의 흐름으로 간주해서는 진정한 사순을 보낼 수 없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상 희생 제사가 항상 새롭게 재현되는 것처럼, 사순시기에 바치는 모든 기도와 희생이 예수님의 구원사업에 동참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마음을 담은 희생과 나눔을 통해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에 동참하고 영원한 생명을 얻는 은혜로운 사순시기를 보내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