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북쪽으로 난 창 너머 산목련이 가지를 드리우고 기와집 용마루의 고즈넉한 모습이 정겹다.
겨우내 「채근담」원고와 씨름하다 보니 문득 봄이런가, 산목련 나무 가득 꽃망울이 함박웃음 머금은 계집아이 얼굴인양 탐스럽다.
금세 꽃이 만개하여 눈이 부시더니 그것은 아주 잠깐, 무에 그리 바쁜지 서둘러 꽃이 빛을 바래고 늘어지더니 그 자취를 감추고 언제 그랬나 깊게 잎만 무성하다.
참 이상도 하지. 만발한 목련꽃을 보고 있노라면 그 화려함에 취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는 한편 조바심이 일기까지 한다.
조바심이라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알고 있을 때 조바심이 난다. 붙잡아 놓고 싶은데 가야만 하는 사람도 조바심 나게 한다. 욕심대로 되지 않을 거 뻔히 알면서 욕심의 실현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을 때 더욱 안타깝고 조바심 난다.
바로 그랬다. 창 밖 목련꽃이 그랬구나.
겨우내 나무 가지만 적막하게 뻗치고 있을 때도 그 모습이 편안했다.
그런데 꽃은 다르다. 아름다움, 이별, 슬픔 이런 감정들을 너무 확연히, 그리고 빠르게 예고한다.
정작 그 꽃은 제 맘껏 폈다가 지니, 제 할 일 다하고 뿌리로 돌아가 다음을 준비하고 있으련만 제 멋대로, 제 욕심대로 꽃을 바라보며 이렇듯 상념에 빠지는 내가 무언가 착각하고 있는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초록 울창한 산목련은 언제 보아도, 아니 보거나 말거나 그냥 그렇게 창밖에 있다. 늘 같으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문득「채근담」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곱고 일찍 시드는 것은 담박하면서 오래 가는 것만 못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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