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를 만난 건 8년전, 그 아이가 5학년이 되던 해였다. 이미 마을과 학교에 소문난 말썽쟁이였던 그 아이와의 만남은 졸업할 때까지 2년간 이어졌다.
아이들에게서 거둔 우유값, 저금 등이 없어지면 Y도 함께 없어졌다. 그에게 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역전 파출소에서 데려가라고 연락이 오거나 놀이공원 매표소에 전화를 하는 날이면 난 Y를 데리고 목욕탕에 갔다.
제대로 씻지 못해 더러워진 녀석의 몸을 씻겨주며 한마디 한다. 『Y야 나쁜 마음이 생기면 내가 너를 씻겨주던 오늘을 생각하렴』난 Y의 몸보다는 마음을 씻어주고 싶었다.
중학교에 간뒤 한달만에 Y는 자퇴를 하고, 급격히 나쁜 길을 걷기 시작했고, 몇차례 소년원에 갓다 오곤했다.
한 번은 학교 앞에서 꼬마들의 돈을 뺏으려던 Y를 데리고 와 매질을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살려면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마라』했더니 앞으로는 선생님이라 부르지 않겠다며 뛰어나가던 모습이 더욱 생생하게 살아왔다. 그래도 유일하게 저를 믿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터인데 어쩌면 그 아이에게는 내가 마지막 끈이었는지도 모르는데 그 끈을 내가 놓아버렸다는 생각이 늘 가슴 한 언저리를 무겁게 눌렀다.
그렇게 6년이 흐른 지난 늦가을 Y에게서 전화가 왔다. 음식점에서 만나 소주를 나눠 먹으며 일상적인 말이 오가다 녀석이 정색을 하며 나를 불렀다.
『선생님, 저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선생님 사랑해요. 그리고 감사해요. 저 이제 한글도 다 알고 계산도 할 수 있어요. 고등학교 입학 검정고시도 통과했구요. 자동차 정비 자격증도 땄어요』
녀석이 나를 사랑한다는 말보다 한글도 읽을 수 있다는 말에 난 눈물이 날뻔 했다. 나와 함께 목욕탕에 갔다 온 것을 이야기하며 내가 사준 양말이며 셔츠며 그대로 잘 두고 있노라는 녀석에게 난 그저 고맙다는 말 밖에 할 수가 없었다. 음식점을 나오니 Y가 한마디 더 한다.
『선생님 저 한번만 안아 주세요』
이제는 20살 청년이 되어 버렸지만 아직도 내게는 12살 말썽꾸러기로 남아있는 그 아이를 힘껏 안아주며 아이들에게 약하나마 기대어 의지하고 붙잡을 수 있는 끈이 될 수 잇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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