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청소년들은 새벽 6시면 어김없이 집을 나와 학교로 간다. 아침 8시까지 자율학급을 하고 오후 4~54까지 정규수업을 받고 그 이후에는 학교 도서관이나 독서실 등에서 보충학습을 한다.
이들의 평균 귀가시간은 밤 10시로 하루 16시간 이상을 공부에 매달려 산다』
지구상의 특이한 현상과 풍습을 소개하는 미국의 「믿거나 말거나」프로그램에 소개된 적이 있는 한국 청소년들의 하루 일과다. 우리로서는 청소년기에 누구나 거치는 교육과정이지만 자유주의적 교육을 추구하는 미국인들에겐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었을 것이다.
죽기살기식 교육열
지금이라고 무엇이 달라졌는가. 우리때의 교복이 지금은 폐지되고 머리 모양이 달라져 차림새만 자유로워졌을 뿐 무거운 책가방, 입시의 중압감은 여전하다.
오히려 과외수업 부담은 가중되어 과외문제가 교육의 문제를 뛰어넘어 국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얼마전 「일본여자가 쓴 한국여자 비판」의 저자 도다 이쿠코씨는 『도대체 이세상 어디에 자식한테 공부시켜도 되는지 안되는지를 법으로 정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라는 의문을 던졌다.
이 말 속에는 『한국은 법으로 단속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부모가 자식에게 무섭게 공부를 시킨다』는 뜻이 숨어있다.
통계로 보아도 고졸자 진학률은 한국이 일본을 앞지르고 있다. 그녀는 한국에 산지 15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한국인의 극성스런 교육열에 대해 이해가 잘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에서 안되면 지구 끝까지라도 보내어 교육을 시키려는 죽기살기식의 교육열은 한국인 자신들에게도 이해가 안가는 일이 돼버렸다.
무조건 공부를 시키고 보자는 심리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얘기된다.
「공부 못한 것에 한맺힌 부모들이 대리만족을 위해 자식한테 공부를 시키는 것일까?」아니 「젊은 부모는 자기들도 지겹도록 공부해왔을 텐데 왜 사랑하는 자식에게 같은 고생을 시킬까?」「혹시 조선시대 과거시험의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게 아닌가?」
사실 일본이라고 해서 남말할 것은 못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통계국이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억지로 공부시키려는 부모들의 교육열은 일본이나 우리나 마찬가지다.
지난 90~97년간 OECD회원국의 9~13세에 속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 보고서는 「한국과 일본의 학생들이 시험성적에서는 최고였지만 학습의욕은 최저」라고 밝혔다.
늘 공부를 강요당하고 주입식교육에 길들여져 있는 학생들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다.
참다운 교육개혁을
한국인의 교육열은 세계적으로 남다르다. 부존자원과 기술축적이 적은 우리나라를 오늘의 수준에까지 끌어올린 원동력이 교육열이기도 하다.
그러나 끼니를 굶을 지언정 논밭을 팔아 자녀의 학비를 대던 60년대식 교육열은 차라리 낭만적으로 들릴 정도다. 이제는 입시의 중압감을 못이겨 1년에 수백명의 청소년이 죽음을 택하는 것이 우리 교육열기의 현주소다.
일본인 도다 이쿠코씨는 이런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한국인은 자기에게 자신감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교육에 지나치게 기대를 거는 것이다』
전적으로 수긍이 가지는 않지만 일면 지금의 우리들을 돌아보게 하는 면도 없지는 않다.
한국인은 지금도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채우려한다. 그 손쉬운 방법이 자녀들의 학벌을 높임으로써 비교의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다. 돈과 학벌이 한국사회에서는 비교의 기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출세=행복>이라는 등식이 아직도 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녀들을 어렸을 때부터 공부하는 기계로 내모는 것이다.
교육은 길들인다는 교(敎)와 살찌우고 성숙하게 한다는 육(育)이 모여 된 말이다. 따지고 보면 지금까지 우리의 교육은 길들이는 데에만 주력했지, 창의력이나 지식에 대한 호기심을 불어넣어 주지 못했다. 21세기를 말하고 개혁을 외치면서도 자녀교육 만큼은 전근대적인 학력지상주의에 머물어 있는 것이다.
요즘 일본에선 사회를 긴장시키는 청소년 범죄가 잇따르고 있는데, 범인은 예외없이 「조용하고 공부 잘하는 학생」이라고 한다. 학력 최고주의, 학력 지상주의는 과중한 스트레스를 주고 어린 마음을 잠식하고 파괴한다.
먼저 어른들의 의식구조를 바꾸자. 이제 틀에 부어넣어 빼내기만 하는 교육방식에서 탈피하자. 참다운 교육개혁은 배움이 짐이 되지 않고 살아가는 힘이 되게 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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