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고속도로에는 자동차 물결로 힘차고, 농촌에서는 파종과 가축사육, 어촌에서는 어로작업으로 힘차다. 이같은 외적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우리의 이면 세계는 부정적 모습으로 넘치고 있다. 향락업소의 네온싸인과 호객활동이 활기차며, 무작정 배회를 일삼는 차량행렬로 주말은 지나친 활기로 몸살을 앓는다. 러브호텔도 힘있는 사람들을 맞기 위해 활기차며, 생산활동을 외면한 채 투기와 투전활동을 일삼는 이들의 발걸음과 머리회전도 활기차다.
더욱이 도덕성과 윤리를 뛰어넘는 범죄와 사기행각도 그 행위가 상상을 벗어나 가속적 형상으로 우리 눈에 활발히 들어온다. 모두들 힘이 넘친다. 그러나 우리의 활기는 문화없는 야만의 활기라는데 문제가 있다. 물질적 부가 인간적 이성과 고귀함을 압도하고 동물적 본능의 모습으로 승리한 것이다. 이같은 모습은 분명 왜곡된 근대화의 모습이며, 더욱이 방관할 수 없는 사회파괴 현상이란 점에 심각성이 있다.
인류사 최초로 서구모델을 모방하여 인위적으로 근대화를 추진한 나라는 러시아이다. 그들의 근대화는 우리보다 약 200년 앞섰다. 그리고 추진 과정에서 그들이 겪은 경험들이 우리 근대화의 시행착오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교훈으로 삼을만 하다. 근대화 과정의 초기단계에서 초빙된 외국고문들의 가르침은 「청결」,「겸손」,「근검절약」이었다. 우리는 「선진」의 기준 및 척도를 경제력에 치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돈벌이만을 강조하고, 이의 결과로 얻은 물적 풍요 정도를 선진 기준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서진적 성분에 경제력이 무시될 수는 없다. 단지 인간다운 바른 모습과의 균형문제를 일깨우고 싶을 뿐이다. 진정 선진의 모습은 산천, 거리, 집안 등의 모든 주변이 깨끗한 모습을 지녀야 한다. 아울러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과의 교제를 원할케 함으로써 인간 상호간에 사랑이 꽃피어야 한다. 친절하고 예의바른 모습은 이것의 외적 특징이다. 근검은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토대요, 본능을 억제하고 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는 지름길이다.
러시아 근대화의 제2단계는 교육의 사회화였다. 아는 것이 힘이며, 힘의 확산이 폭넓은 사회교육으로 가능했기 때문이다. 강조된 교육내용은 외국어, 수학, 물리, 화학, 지질학, 그리고 철학이었다. 더욱이 근대화를 계획적이고, 단계적으로 선도할 수 있는 연구기관으로서의 「과학 아카데미」를 창설한 것이 우리와 대조적이다. 따라서 러시아는 현금 미국을 능가하는 기초과학 능력을 보유하게 됐으며, 종교적 윤리와 철학의 강조로 인간적 순수성과 가치있는 행동규범이 바로 선 나라로도 선진국이 되었다.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눈앞의 이익을 위해 미래를 희생하기 일쑤이며, 계획과 치밀성이 생활화되지 못한 사회 현실 속에서 감과 주먹구구식이 성행하고 있다. 더욱이 문제인 것은 사회 모든 계층의 금전 노예화 현상이다.
근대사회가 이룩한 소위 발전은 개별적 경쟁원리의 합법화 결과이며, 구매력으로 상징되는 자본과 돈의 위력증대 덕분이다. 물론 여기에 자유주의와 개인주의 사조가 새로운 사회변화를 지원함으로써 수월했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에는 자유와 능력의 향상이 「신의 영역」을 위축 및 경시함에 따라 능력있는 사람의 사회적 구속력 이탈현상을 야기함으로써 급기야 야수의 본색을 점점 더 노골화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에 더하여 힘있는 능력있는 자들의 탈선이 신흥 중산층을 본받게 만들었으며, 더욱이 무지한 대중이 지각없이 모방함으로써 기본질서마저 깨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 근대사회에서 돈의 위력은 대단하다. 따라서 사회발전도 돈에 절대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빚고 말았다. 그러나 아직 실망이나 좌절할 때가 아닌 것 같다.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증거가 최근에 명백히 포착됐다. 이는 총선 시민연대의활동과 TV드라마「허준」에 대한 대중적 평가에서 드러났다. 정의가 바로선 사회,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추구해야할 우리의 전통적 가치와 생활태도, 힘없는 보잘것 없는 사람에 대한 배려와 의무 등에 관한 사회적 가치의 공감대가 발견된 것이다. 이렇게 사회적 욕구가 교회의 구원의지와 일치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참 신앙인은 더욱 분발해야 한다. 우리의 종교는 근대화의 토대로써 선구적 역할을 해왔다.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왔으며, 특히 근대적 질서체계를 확립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 야만이 춤추는 지금 우리는 시대변화에 따라가기보다 올바른 방향 제시와 인도로써 쇄신과 변화를 모색할 때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신자 개개인의 올바른 자세가 선결 과제인 것이다.
가식을 벗고 진실된 삶을 살아갈 때 우리의 세상은 자연히 바뀌어 거친 야성적 힘이 봉헌의 힘으로 변화될 것이다. 기도와 행동이 일치하는 삶을 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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