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 학교 성심여고에는 특별히 기쁘고 감사할 일이 생겼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특수학급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학급 정원이 일곱 명인데 올해는 다섯 명의 학생이 배정되었습니다. 교육청에서 우리 학교의 신청을 받아들여 특수학급이 생기게 되었다는 통보가 오기 전부터, 배정 예정 학생들의 부모님들이 먼저 전화로 정말 고맙다고 인사를 하셔서 학교는 옆으로 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수학급에 대한 논의는 여러 해 동안 해 왔지만, 정작은 상급 교육청에서 허락을 해 주지 않아서가 아니라, 특수학급이 들어갈 장소며, 학부형들과 학생들, 선생님들의 반응에 대한 걱정, 우리의 준비가 미비한 점 등 여러 가지 걸리는 일이 많아 이제까지 망설였던 것입니다. 오랫동안 결단을 미루다가, 더 이상 미루면 안 되겠다는 생각과, 천주교 학교로서 하느님 앞에 뵐 면목이 없다는 생각에 이제야 용기를 내어 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학 입시가 주된 목표로 되어 있는 사립학교인지라, 정신지체를 가진 학생들을 위한 특수학급을 설치한다고 할 때 보통의 부모들은, 행여 특수학급이 있는 것이 자녀들의 대학 입시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되지 않을까 염려를 하십니다. 선생님들께서도 힘든 교육 현실 안에서 이미 턱에 차도록 많은 수고를 하셔야 하고 그 피로감도 만만치 않은데, 거기에 특수학급 학생들과 통합교육을 해야 한다 할 때 거부감도 없지 않아 있으리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선생님들께서 비교적 자연스럽게 받아 주시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만나게 된 이 학생들을 애정을 가지고 대하시는 것을 보며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특수학급 학생들을 맞아들이면서 제게는 꿈이 있습니다. 이 학생들이 우리 학교를 다니면서 학교 구성원으로부터 돌봄과 사랑을 듬뿍 받아, 참으로 행복하게 생활을 하고, 또 이곳에서의 긍정적인 체험과 훈련을 통하여 장차 사회생활을 잘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었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다른 일반 학생들이, 다른 학교에 갔으면 체험할 수 없는 귀한 체험을 하게 되었으면 합니다. 즉 사회 배려 대상자에 대한 감수성이 더 커지고, 다른 이들과, 특히 약하고 불편을 겪는 이들과 더불어 사는 것을 학교생활에서 배우게 되었으면 합니다. 일반 학생들이 특수학급 학생들과 함께했던 삶을 통해,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되고 더러는 남을 위하여 자신을 바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즉 이 특수학급 학생들을 돕는다고 하지만 어쩌면 일반 학생들이 더 도움을 받게 될지 모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들이 은총의 통로가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 적은 수의 아이들은 누룩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되리라는 것입니다.
약간의 비약인지 몰라도 주교회의 여성소위원회 총무인 저는, 이 아이들을 맞으면서, 문득 10년 전 교회 안에 여성소위원회가 탄생한 때를 떠 올리게 됩니다. 주교회의 여성소위원회가 생긴 배경을 보면, 1993년 아시아 주교회의연합회(FABC)가 각국 주교회의에 여성위원회 설치를 권고한 것에서 연유합니다. 이어 1995년 중국 북경에서 열린 제4차 세계여성회의 비정부기구 포럼에 참석했던 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여성분과 수녀님들과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 여성공동체’ 회원들이 주교회의에 여성위원회 설치를 여러 차례 건의한 결과, 2000년 추계 주교회의 총회에서 마침내 ‘평신도사도직위원회’ 산하에 ‘여성소위원회’를 두기로 결정하여 위원회가 탄생한 것입니다.
이렇게 여성소위가 역사적으로 탄생하기는 했지만, 아마도 당시 교회의 어른들은 여성위원회의 설립을 그렇게 달가워 하지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이미 주교회의 안에는 수많은 위원회가 있었고, 교회 안에는 사목적 관심과 응답을 촉구하는 중요한 사안들이 꽉 차 있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교회 구성원이 대다수 여성이고, 활동들이 여성의 도움으로 이뤄지는 ‘여성 천하’의 현실에서 과연 ‘여성소위’의 존재 의의는 무엇일까요? 이 작은 위원회는, 교회가 양성평등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고, 더 건전한 공동체가 되도록 도울 은총의 통로가 될 것이고, 누룩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되리라는 것이 저의 확신이고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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