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톨릭알코올사목센터가 내놓은 알코올 실태 조사결과는 우리 사회 뿐 아니라 우리 교회의 알코올에 대한 관념과 현실을 잘 드러내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비록 서울대교구라는 한 교구만을 대상으로 진행된 조사 결과이지만 서울대교구가 한국교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한다면 이번 결과는 몇 가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점을 과제로 던져주고 있다. 본당 일선 사목자 가운데 72.7%가 사목활동 중에 알코올로 인한 문제에 부닥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에 비해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본당이 14.2%에 그치고 있다는 결과는 짐작은 했지만 생각보다는 심각한 지경이다. 더구나 교구나 본당 재정이 서울보다 열악한 타교구의 경우에는 이 비율이 더 내려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부모를 토막살해한 자식을 둔 가정이 다름 아닌 신자가정이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입은 이들이 적지 않은 가운데 성가정의 필요성과 이에 대한 교육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여론이 비등한 이 즈음에 나온 결과여서 더욱 우울하게 만드는 면이 있다. 어느 한 가정의 문제는 그 가정만의 문제가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단지 우리 교구, 우리 본당, 우리 구역이 아니란느 이유만으로 일회성의 얘깃거리로 흘려보내는 일이 우리 주위엔 너무도 많다. 알코올 중독자 문제만 해도 그렇다. 중독자는 자신 뿐 아니라 그가 속한 가정을 철저히 파괴한다. 나아가 그가 몸담고 있는 이웃 공동체, 직장, 사회마저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몰고가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한 개인의 문제는 더 이상 그 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하물며 신앙공동체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응다자 중 76.8%가 알코올중독의 피해가 가장 큰 영역이 「가정생활」이라고 답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아직 우리 사회는 알코올중독을 개인적 문제로 치부하거나 사회·문화적 풍토 속에서 쉽게 용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분명 알코올중독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일종의 질병이다. 이를 치료할 가장 적절한 주체는 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교회이다. 교회는 바로 신자 한사람 한사람이 삶을 함께 엮기도 하고 풀어나가기도 하는 울타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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