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신학생 시절 TV 권투 중계를 보며 조금은 당혹해 하던 때가 있었다. 필리핀이나 중남미 선수와 우리나라 선수들과의 시합 중에 매 라운드 시작 때마다 십자가를 긋는 것이었다. 상대방을 많이 때리고 나아가 KO시킬 수 있도록 기도하는 것이다. 우리 나라 선수를 응원해야 마땅하겠지만 착한 신자인 그들도 조금은 안스러웠기에….
얼마 전 종합 건강 진단에 늘 경고를 받아온 과제 중 고지혈증, 지방간 및 간기능 주의에다 새삼 혈압이 높다는 판정을 받았다. 60평생을 썼으니 이미 서서히 고장날 때가 되었겠다. 한번은 미사 드리러 나가다가 어지럼증을 느꼈던 터라 난생 처음 닷새 동안 정밀 검사를 받았다. 이즈음 친구를 만나면 으레 건강문제가 으뜸 화제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처방이 운동을 적당히 해야 된다는 식이다.
엘리트 그리고 국가 명예나 국민의 기를 살린다든가 반대로 정치적, 사회 경제적 불만의 카타르시스적 스포츠 정책이 이뤄져서는 안된다. 공산권의 국가 스포츠 정책이 그러했던 것처럼 우리도 비슷한 경향이 있다. 군사 독재가 한창이던 시절엔 3S(sex, screen, sports)로 국민들을 중독시켜 특히 젊은이들의 정치, 인권, 민주운동을 무디게 만들 때가 있지 않았는가.
그러나 새로운 시각으로 이를 바라보아야 할 때가 됐다. 결룰 산업화, 상업화의 도도한 물결 속에 새로운 대상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이유, 어떤 상황에서건 오늘 이 사회 안에 우상을 스포츠 안에서 찾고 있고 그 안에 자위하려 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스포츠를 대승적으로 바라보며 스포츠를 부정적인 시각보다는 긍정적인 면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바로 성한 몸에 성한 정신, 엘리트 중심 스포츠만이 아니라 모든 백성의 건강을 위한 스포츠를 이루는 것이다. 또한 스포츠와 인간 존재의 근원적 물음에 종교의 관계는 어떤가. 마침 우리 이웃 안에 군의 엘리트 양성 기관인 육사와 함께 스포츠계의 국가대표들을 기르는 태릉 선수촌이 있기에 평소 품었던 스포츠 사목을 생각해 본다.
오늘날 스포츠는 앞서 본 바 대로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이 되고 있다. 스포츠 산업이 얼마나 다양하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직, 간접으로 관련되고 있으며 얼마나 놀라운 영향을 미치는가. IMF로 주눅이 든 시절, 두 한국 소녀 골퍼의 미국에서의 활약이 얼마나 그들 명예 뿐 아니라 우리의 기를 살렸는가. 과열된 축구 경기로 이웃나라와 전쟁을 겪기도 했다지만 미국, 중국의 핑퐁 외교만이 아니라 우리도 남북 탁구 유순복, 현정화의 우승에 감격했다.
마땅히 스포츠 사목이 개척되고 활발하게 전개돼야 하지 않겠는가. 언제까지 우리 삶의 중요한 현장을 도외시하고 종교가 스포츠보다 인기 없음을 한탄하고 말 것인가. 인간을 정신, 육체, 사회적, 영적 존재로 파악할 때 건강과 운동, 즉 스포츠가 마땅히 사목의 영역에 들어있어야 한다. 멀리 소림사의 무예를 들지 않더라도 개신교 형제들은 연예교회 뿐 아리나 할레루야 축구단까지 운영하며 일찍이 스포츠 선교에 눈을 떴다. 뛰어난 스포츠맨과 종교지도자들이 있었으리라. 우리도 못지 않게 훌륭한 선수와 지도자들이 있다. 하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가치가 있듯이 교회는 그들로 하여금 신앙에의 정진이 스포츠맨, 가정인, 사회인으로서 성공적이고 보람된 삶의 원천이 됨을 증거하도록 인도해야 할 사명을 깨달아야 한다.
개인적인 심신 수련, 스포츠맨쉽, 훌륭한 경기, 또 집단 경기에서의 희생정진, 팀웍에 이르기까지 하느님께로부터 부여받은 재주를 십분 개발해 갈고 닦는 것이 그들의 사명임을 일깨워 주어야 한다. 우리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할 수 있는 한 모든 이가 자기 적성에 맞는 스포츠를 즐기며 다른 이들의 스포츠를 이해하며 스포츠 정신을 지닌 국민이 되는게 바람직하다. 중국의 아침에 남녀노소 모두가 태극권을 하는 것을 우리는 경이롭게 여긴다. 금상첨화격으로 스포츠맨들을 위한 영적인 지도자들이 많아지는 것이다. 물론 이는 저절로 되는 일은 아니다. 영적 지도자 양성 또한 계획과 투자와 창조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시드니 올림픽 팀엔 우리도 영적 지도자와 함께 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차제에 스포츠 사목 기획단 구성을 건의하고 싶다. 반명 종교라도 스포츠계에 가르치고 베풀고 잡으려 할 뿐 아니라 섬기고 함께 하며 무엇보다 옹졸한 종교인과 신앙인들은 모름지기 서비스와 페어플레이 정신을 배울 일이다. 많은 이들이 과격한 운동을 삼가라고 충고하지만 오늘 성당 곁의 테니스 코트에 회원등록을 하고 후배 사제 아버님과 운동을 시작했다. 공은 제대로 맞지 않지만 땀을 흘리니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앞으로 나부터 스포츠 사목 현장에 뛰어들어야겠다. 지구장배 대회를 열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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