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초등학교 신학기 때 담임선생님께서 가정 방문을 오신다고 하면 가난한 나는 창피해서 우리 집을 보여주기 싫었다. 더구나 농사일을 하시는 부모님을 선생님께 보여 드리기 싫었다.
얼마전 본당 주임신부님께서 우리 마을에 가정방문을 오신다고 한다. 누추한 집을 보여 드리기 싫어, 일을 핑계로 피하고 싶었지만 구역 반장을 맡고 있어 어쩔 수가 없었다. 누가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던가! 있는 그대로 보여 드리기로 했다.
방이며 거실 겨우 길을 내 놓고 신부님을 모셨다. 신부님은 주의 기도와 안수 기도, 성수로 온 집안을 축복해 주셨다. 공소회장님과 부슬부슬 내리는 봄비를 맞으며 가가호호 가정방문을 다니시는데 나와는 정반대로 집집마다 집안을 말끔히 치워놓고 곱게 단장한 몸으로 신부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구교우분들이 많은 우리마을 신자들은 설레는 맘으로 방석까지 깔아놓고 기쁜마음으로 복 받을 자세로 신부님을 맞이하였다. 한 자매님은 신부님 점심식사까지 준비하셨다. 나는 신부님과 공소회장님 두 분의 간소한 겸상으로 생각했는데…. 깜짝 놀랄 정도로 푸짐한 점심상을 준비하셔서 신부님도 놀라고 우리들도 놀랐다.
“오랜만에 고향에 온듯한 밥을 먹어봅니다.”
신부님께서 오랜만에 어머니의 손맛을 맛보았다고 감사의 뜻을 표하셨다.
우리 마을 형제자매님들은 우리 마을을 찾아 주신 본당 주임신부님께 꿀, 식혜, 파인애플, 보리차, 은행, 종합선물세트 등을 감사 예물로 드렸다.
손 마리아 자매님은 “신부님 무슨 담배 피우십니까? 제가 담배 사드릴려고 그래요”해서 신부님께서 멋쩍어 하시며 “괜찮습니다”하시는데도 손 마리아 자매님은 막무가내로 “신부님 담뱃갑이라도 보입시다”하자 신부님께서는 “여기서는 못 삽니다”해도 손 마리아 자매님은 “왜 못 사요. 여기도 담배 살 때 있어요”하시며 담배 이름도 모르는 손 마리아 자매님은 신부님 담뱃갑을 뺏어 담배 가게로 달려가 담배를 사오셨다.
옛날에 소풍때 학교에 큰 행사가 있을때 선생님께 갔다 드리라고 신문지에 담배 한 갑 싸서 주시던 엄마의 모습과 꼭 같았다. 순수한 손 마리아 자매님의 신부님 사랑에 다함께 웃을 수 있었다.
겨울추위에 움츠렸던 우리 마을에 신부님이 다녀가시고 훈훈한 봄기운이 돌았다. 신부님께서는 우리 마을을 다녀가시고 미사 중에 각 가정을 떠올리며 하느님께 아뢰어 경건한 미사를 드리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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