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녀 요한나와 지난 해 4월부터 매주 수요일 퇴근 후 다문화 주부 대상으로 마을회관에서 한글공부를 시작했다.
4명의 베트남댁 중에는 스무 살에 시집 와 아이 셋 된 엄마도 있다. 큰 꿈을 안고 왔으나 농촌 현실은 만만치 않다. 눈 뜨면 일하고 다른 것에 눈 돌릴 틈이 없다. 일철이 아닐 때는 하우스 일을 하기에 노는 날이 없다. 종일 서서 하는 일이라 다리도 허리도 아프다고. 일당은 3만원, 차곡차곡 돈을 모아 부자가 될 거라는 이앤은 희망으로 똑 부러진다. 아직 한국말도 서툴고 풍습도 미숙하지만 김치와 된장을 담글 줄도 알고 한국 음식도 좋아한다. 처음에는 음식이 맞지 않아 고생을 했고 달걀만 먹었다는 아이빗. 말이 통하지 않아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기도 하였다.
지나 온 이야기를 나누며 ‘물과 불’을 ‘문과 분’으로 발음해도 즐거운 시간이다. 군청 여성회관에서 모음과 자음은 익힌 수준이며 1년이 막 지난 새댁도 있고 5년 정도 된 이도 있다. 그동안 고향에 다녀온 이는 한 사람뿐이다.
종일 일하고 힘들고 피곤해도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은 기특하고 자랑스럽고 기쁨을 준다. 학교에서 핏대를 올리며 수업하다가 베트남댁들을 보면 아주 신이 난다.
두 시간은 금방 흐른다. 마을 할매들은 간식을 챙겨 오기도 한다. 마늘 농사를 많이 하는 마을이라 수확철에는 잠시 쉰다. 지난해는 마늘 값이 좋아서 입이 활짝 벌어졌다. 이앤은 휴대폰을 장만했다. 한국 국적 취득으로 한국이름을 가진 은혜 씨는 믿음직하고 호박부침개를 잘 만든다. 떡볶이 실습도 하고 종강파티도 연다. 막내로 시집 온 탄뉴이가 이번 겨울에 딸을 낳았다.
우리들의 한글반은 방학을 마치고 이제 다시 개강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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