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교회의가 교회 관련 용어 사용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가톨릭교회의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이는 최근 종합일간지들이, 오는 2017년으로 다가온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에 앞서 관련 기사를 다루는 과정에서 자칫 가톨릭교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용어를 부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특히 주교회의가 주목한 용어는 가톨릭 용어인 대사(大赦, indulgence)와 관련된 대사부(大赦符)를 오역한 ‘면죄부’라는 용어다.
일반 언론에서 별 고려 없이 쓰고 있는 ‘면죄부’라는 용어는 가톨릭교회가 금전적 대가를 받고 신자들의 죄를 사해 주었다는 인상을 줌으로써 일반인들에게 가톨릭교회를 부정적 모습으로 비쳐지게 하는 면이 적지 않다. 실제 일반 언론과 교과서 등에서 중세 유럽의 설교가들이 교회 사업의 모금을 위해 대사부(면벌부)를 남발하고 그 효과를 과장한 결과를 면죄부라는 부정적 용어로 잘못 사용함으로써 오랫동안 가톨릭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온 것이 사실이다.
대사회적으로 교회의 입지가 넓어지면서 신자들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대중매체를 통해 교회 안팎의 소식을 접하는 일이 점차 빈번해지고 있다. 이는 교회의 사회복음화 활동이 그만큼 활발해지고 영향력을 지니게 됨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중매체를 통해 드러나는 교회의 모습은 사회의 각 분야에 적잖은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
언어는 존재의 정체성을 드러낼 뿐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그 언어를 쓰는 공동체에 집적되어온 정신을 반영한다. 하지만 신자들 가운데서도 상당수가 교회를 드러내는 다양한 모습들 가운데 하나인 교회 용어에 무관심한 것 또한 사실이다. 여전히 ‘예비신자’를 ‘예비자’로 쓰고 고백성사와 고해성사가 혼용돼 쓰이며 기도 끝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를 예전처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비나이다’라고 하는 신자들이 적지 않은 현실이 이 같은 현재를 잘 보여준다.
교회 용어가 제대로 자리 잡고 적절하게 사용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교회 내 관련 기구들의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일선 사목자들이 정확한 용어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데 앞장서야 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일반 신자들 역시 교회 용어에 대한 관심과 아울러 정확한 의미를 파악해 올바로 사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교회가 세상 안에 올바로 비쳐지고 제대로 설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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