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아는 분 자제 혼배미사 참례차 어느 성당에 갔었다. 성당 문을 들어서면서부터 으레 일반 예식장 같은 하객들의 소란함과 동시에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이 있었는데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는 주보들이었다.
얼른 주워서 제자리에 정리하려고 주보함을 열어보았더니 지난 주보에서부터 어린이 주보, 그외 다른 유인물등 여러가지가 헝클어져 있는 모습이 마치 지저분한 공중화장실을 보는 듯 했다.
몇해 전 200주년 기념행사가 여의도에서 있은 후 요란스럽게 매스컴에서 떠들어 댔던 천주교 신자들이 깔끔한 뒷정리 모습은 천주교 신자들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되어 버렸다.
그런데 모든 면, 모든 곳 구석구석 정리가 잘 되는 것은 아닌 듯 하다. 혼배미사 참례차 갔던 그 성당 주보대를 보니 그간 지니고 있던 천주교 신자로서의 자부심이 한꺼번에 무너졌다.
주보는 교회의 소식을 전하는 것 뿐만 아니라 하느님이 우리게게 무엇을 원하시는지, 또 신자 공동체가 어떤 것인지 등을 교회가 전하는 중요한 편지이다. 만약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받은 편지라면 그것을 얼마나 소중하게 간직하겠는가?
주보가 교회에서 우리에게 주는 소중한 편지라는 것을 인식한다면 우린 주보를 더 소중하게 다룰 줄 알아야겠다. 잘 모아서 정리했을 때 그속에 담긴 내용들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살아있는 주님 말씀의 모음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희년을 맞이해 거창한 다짐과 결심에 앞서 성당을 쓰레기장으로 만들 우려가 없도록, 또한 살아있는 주님의 말씀을 모으는 작업이 될 수 있도록 주보 정리하는 일부터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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