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향리 사격장 철조망 위에는 사격연습을 알리는 황색깃발이 다시금 펄럭이고 있었다. 한국과 미국의 합동 피해조사 이후 객관적 피해사실이 밝혀지지 않았다며 미군은 중단했던 폭격훈련을 재개했고, 이에 주민들은 연일 항의집회를 벌이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평화적인 집회 외에도 사격장 철조망을 끊고 인근 해상사격장인 농섬에 잠입하는 등의 위험도 불사하고 있다.
폭격연습이 시행될 때의 소음은 바로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없을 정도라고 주민들은 전한다. 전쟁연습이니 연습 당시의 상황이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지 모른다. 폭격연습으로 인한 납중독, 난청과 같은 주민들의 실질적인 고통 외에도매향리가 주일미군과 동남아 주둔 미공군기의 폭격연습장이라는 사실은 민족적 자존심까지 무너뜨리고 있다. 더군다나 암과 기형아 출산을 유발시키는 열화우라늄탄을 사용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불거져 분노가 들끓고 있으나 현재는 주민 피해사실조차 제대로 조사가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들은 사격장 폐쇄, 이주대책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으나 반대여론이 들끓으면 잠시 연습을 중단했다가 국민의 관심이 식어지면 폭격을 재개하는 형태는 지난 시간 동안 되풀이되고 있다.
매향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가 제대로 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제 교회 내에서도 높아졌다. 8개 교구 정평위와 정의구현사제단, 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매향리 사격장 폐쇄와 SOFA의 전면개정을 주장하고 나섰으며 관할 지역인 수원교구 정평위는 신자들에게 매일 로사리오 기도와 미사 봉헌, SOFA 개정 서명운동과 평화행진에 적극 참여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미군이 범지를 저질렀을 때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구속수사를 할 수 없는 형사관할권 문제, 미군부대에 고용된 한국인 노동자들의 인권문제, 미군기지사용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 공여지로 인한 사유재산권 침해 문제 등 매량리 문제는 단지 매향리만의 것이 아닌 우리 국권과 국토, 국민 모두의 문제다.
매화 향기가 가득했다는 매향리에 매화 봉오리가 싹을 틔우지 못하는 한 우리는 매향리 주민이며 여기는 매향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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