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오른 꽃눈들이 금방이라도 꽃망울을 터뜨리며 함박웃음이라도 지을 듯이 부풀어 있고 해빙된 들녘의 포근한 대지는 어머니의 품처럼 따스하게 생명의 푸르름을 품고 있습니다. 생명의 신비는 이처럼 우리의 마음을 한층 여유롭고 포근하게 하며 괜스레 가슴 한가득 사랑을 품게 합니다.
그러나 인간 세상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은 가슴 한가득 품은 사랑을 깨뜨리고 무거운 슬픔과 고통으로 짓누르고 있습니다. 일본의 대지진과 쓰나미로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고 이재민을 낳았습니다. 취업난과 등록금 문제로 삶을 비관하고 미래의 희망을 잃어 암울함에 빠진 대학생들이 극심한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소중하고 귀중한 생명을 버리고 자살하는 수가 해마다 2~3백여 명에 이른다는 소식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청소년 4명 중 1명 정도가 정신건강 이상으로 자살의 충동을 느끼고 있다는 소식도 가슴을 아프게 만듭니다. 무엇이 이렇게 소중한 인간들의 삶을 파괴하고 고통에 신음하게 하는 것입니까?
‘과거와 현재’라는 주제로 열린 어느 사진전을 보러 갔었습니다. 60년 전인 1950년대와 현재의 청계천 사진이 나란히 걸린 사진 앞에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구정물과 판자촌이 보이는 흑백사진과 깨끗이 정비되고 맑은 물이 흐르며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컬러사진이 대조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이면과 인간의 외면과 내면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아려왔습니다.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너는 예언자들을 죽이고 하느님께서 보내신 사람들을 돌로 치는 누나! 암탉이 병아리를 날개 아래 모으듯이 내가 몇 번이나 네 자녀를 모으려 했던가! 그러나 너는 응하지 않았다. 너희 성전은 하느님께 버림을 받을 것이다.”(루카 13, 34)
예수님의 연민이, 예수님의 사랑이 마음으로 전해져 옵니다. 우리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이 예수님의 마음을 새카맣게 태우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야훼여,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처럼 알아주시옵니까? 인간이 무엇이기에 염려해 주시옵니까?”(시편 144, 3) “야훼여, 당신께서는 저를 환희 아십니다. 당신은 오장육부를 만들어 주시고 어머니 뱃속에서 나를 빚어 주셨으니 내가 있다는 놀라움, 하신 일의 놀라움, 이 모든 신비들, 그저 당신께 감사합니다.”(시편 139, 13~14)
인간생명의 소중함과 존귀함은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을 당신을 닮은 모습으로 창조하셨기 때문입니다. 인간생명의 거룩함과 존엄성은 하느님의 숨결이기 때문입니다.(창세기 1, 26 2, 5~7 참조) 따라서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닮은 인간을 알아주시고 염려해 주시며 사랑해 주십니다. 이처럼 하느님의 우리 인간에 대한 사랑은 당신의 생명을 아낌없이 내어주시는 사랑이셨습니다. 이 사랑을 받은 우리는 주님께 감사드리며 우리의 생명을 다 해 주님을 사랑합니다. 또한 이 사랑으로 하느님을 닮은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는 것이 카리타스의 영성이며 삶입니다.
‘마켓 3.0’이란 책을 보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경영의 1세대인 마켓 1.0의 시대에는 상품력으로 승부를 걸었고, 2세대인 마켓 2.0의 시대에는 서비스와 고객의 만족과 감동에 승부를 걸었었습니다. 그런데 3세대인 마켓 3.0의 시대가 도래하고 마침내 영적 마케팅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 우리 인간의 영혼까지 팔고 나선 것입니다. 놀라움을 넘어 무섭기까지 합니다. 우리가 세상의 사고와 가치와 이념에 흔들릴 때 세상은 이미 우리의 가장 거룩하고 존귀한 영혼까지 침범해 들어오고 있습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는 그분의 첫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2부의 끝인 39항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러므로 믿음은 인내하지 못하고 의심 많은 우리를 변화시켜, 하느님께서 온 세상을 당신 손안에 두고 계시다는 희망, 묵시록 말미의 비극적인 표상이 가리키듯, 캄캄한 어둠속에서도 마침내 하느님께서 영광스럽게 승리하신다는 확실한 희망을 갖게 합니다. 십자가에서 창에 찔리신 예수님의 심장에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을 알아보는 믿음이 사랑을 낳습니다. 사랑은 빛입니다. 사랑은 가능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되었기 때문에 우리도 사랑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사랑을 체험하십시오. 그리하여 하느님의 빛이 세상에 들어올 수 있게 하십시오. 이것이 제가 이 회칙을 통하여 여러분께 드리고자 하는 권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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