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6일 인간 유전자 지도 초안 발표를 두고 전세계는 그것을 인류의 달 착륙에 비유했다. 자신의 영역을 넓혀 우주의 신비를 벗겨내기 시작한 것처럼 인간의 유전자 정보를 담은 유전자 지도를 작성한 것은 생명의 신비를 파헤치는 본격적인 첫걸음을 내딛은 것이라는 뜻이다.
전세계가 이른바 게놈 지도 초안의 발표에 환호하는 것은 무엇보다 유전적 질병을 퇴치할 수 있는 진단과 치료법이 개발되리라는 기대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 퇴치되지 않은 수많은 유전적 질병들이 바야흐로 퇴치될 길이 열렸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생명」이라는 신성하고 존엄한 가치를 다시 한 번 깊이 새겨볼 필요가 있다. 유전자 지도가 발표되고 많은 사람들이 환호할 때 종교계와 시민단체들은 그 이면의 윤리적 문제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교회는 유전자 문제에 대해 말할 때 유전자 자체를 하나의 생물학적 현상에 그치는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즉 인간은 영혼과 육체가 하나로 합일된 존재이며 따라서 인간의 유전자 안에서도 우리는 영혼이 깃들어 있음을 믿는다.
질병을 물리치고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유전자 연구를 행하는 것에 대해서 반대할 이유는 없다. 과학의 업적과 성과, 곧 과학이 인류의 삶의 양과 질을 모두 풍성하게 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전자 연구가 지닌 윤리적인 차원의 우려에 대해서 우리는 매우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지난 98년 교황청 생명학술원 총회에서 연설을 통해 바로 최근 그 성과가 발표된 인간게놈프로젝트에 대해 직접 언급한 바 있다.
교황은 이 프로젝트에 대해 그것이 인류의 미래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는 시도와 의도를 갖고 인간생명 자체의 내적 구조에 개입하려고 욕심을 부린다면 그것은 매우 우려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즉 그것은 인간 생명의 창조를 인간이 임의로 조작할 수 있다는 오만에 대한 우려이다. 유전자 조작으로 우량한 인간을 창조해낼 수 있다는 우매한 기대인 것이다. 유전자 연구의 또 다른 위험은 바로 유전자의 우수성에 따라 인간이 차별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뱃속의 태아의 경우 맘에 들지 않는다고 폐기되는 극도의 비인간적인 행태도 가능하다.
이러한 개연성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낙태와 시험관 아기, 수정난의 폐기 등등 반생명적인 행태들이 만연해 있음을 보면 충분히 추정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과학적 연구의 발전에 따른 문명의 혜택에 안주하지 않고 그 문명이 인간에 대한 참된 존경심에 바탕을 두고 있는지 그리고 윤리적인 원칙에 충실한지에 대해 항상 심사숙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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