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교에서 생활한다. 아이들과 야외활동을 가거나 내 직업을 알게 되면 사람들은 늘 같은 말들을 한다.
『참 힘드시겠어요』『어떻게 그런 어려운 일을 하게 됐어요?』
이런 말을 듣게 되면 좀 난처하다. 나날이 가르치는 일에 어려움을 느끼지만 이 일에서 행복을 느끼고 아이들에게 감사하고 있어서 더더욱 그러하다. 개인적으로 「가르침은 감동을 주는 일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면 아이들을 변화시키기보다는 아이들로부터 감동을 받아 변화된다고 하는 편이 더 올바른 표현일 것이다.
수업이 없는 시간, 의자에서 잠깐 눈을 감고 쉴 때면 「조용히 해, 선생님 깬다」고 속삭이고는 살살금 까치발로 걸어다니는 아이들. 옆 친구가 수업 중 잘 못하는 것이 있으면 서로 도와주겠다고 하는 아이들, 화장실에서 만나 무안해하는 나를 싹 무시하고 함박 웃는 아이들. 토요일 누룽지가 가득한 밥을 큰 양푼에 비벼먹던 요리시간, 내 입가의 밥풀을 아무렇지도 않게 쓱 떼서 자기 입으로 가져가던 아이들. 요리시간에 배운 솜씨로 어버이날 할머니와 부모님께 라면을 끓여드렸다는 아이들. 스승의 날 내게 무언가를 선물하고 싶은 마음에 빨아 놓은 누나 양말을 신문지에 싸온 아이들.
나는 이런 아이들과 산다. 우리 세상에서는 살기가 좀 어려운, 그러나 누구보다도 가치로운 것을 볼 줄 알고 배운 대로 행동하는 아이들.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했던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소중한 것은 마음으로 보아야해』라는 말의 참 의미를 가르쳐주는 아이들. 무한한 천진함과 절대적인 신뢰로 나를 늘 부끄럽게 하는 아이들.
아이들의 소망은 세상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이다. 그런 아이들을 받아들이지 않는 현실 때문에 마음이 늘 무겁긴 하지만 세상의 모든 것이 나아지리라 믿는다.
내 마음을 변화시키는 아이들의 그 무엇인가를 세상사람들도 곧 알게될 것이고 그것 때문에 자신과 함께 주위의 변화도 추구할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