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셋째주일 뜻밖에도 우리 노원본당에서 농민주일 행사를 치르게 되었다.
지난해 도농한마당 잔치에 대해 고언과 건의를 했었다. 모름지기 일회적 전시형 행사에 그치지 말고, 농촌에서는 생산협동운동, 도시에서는 소비자협동운동이 각각 차분히 이루어진 이후에 생협과 소협의 협동운동이 이루어지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하늘·땅·물·벗
그러지 않아도 우리 본당에서는 한마음한몸운동의 일환으로 50여 회원들이 참여하여 소비자 협동운동을 중심으로 하는 생활협동을 준비해왔다. 교구 한마음한몸운동 강의에도 참여했고, 민우회 활동들도 견학했다. 또한 좋은 강사들을 통하여 주부들이 늘 맞닥드리는 식품공해를 비롯한 환경공해가 얼마나 심각하지를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이제 막 그동안 성모회의 농산물 판매를 새로운 협동운동으로 승화시키려던 참이었다.
여하간에 한마음한몸운동 「하늘·땅·물·벗」노원 생활공동체 판매장을 여는 마당에 주교님을 모시고 농민주일 행사를 갖게 되었다. 한마음한몸의 농산물 물류센터에서 저공해 유기농법으로 생산된 농산물을 전시하고 보급하게 되었다.
뭉치는 소비력이 큰 힘
오늘날 「소비자는 왕」이라고 대접받는 듯하다. 정말 그럴까?
농촌의 출하가격과 소비자의 구매가격을 보면 너무나 차이가 난다. 중간 유통과정의 모순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우롱하고 있다. 생산과정의 공해와 오염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지하수 두부 같은 공해식품이 얼마나 판치고 있는가. 소비자는 겉만 번지르르한 것만을 선택한다. 여기 유통과정의 큰손, 재벌 백화점의 선전에는 우리는 속수무책이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현대사회를 움직이는 것이 무엇인가! 최신 정보지식, 권력, 금력, 조직, 수(數) … 등일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힘없어 보이는 소비자 대중이 뭉칠 때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것인가! 뭉치는 소비력은 곧 힘이다. 얼마나 많은 소비자가 뭉치는가가 더욱 큰 힘이며 영향력인 것이다.
소비자가 진정 하느님 창조사업의 위대함에 동참하여 환경과 자연을 지켜나가며 당장의 이익에 연연치 않고 우리와 우리 자손들에게 길이 아름다운 강토를, 아름다운 생명을 들려주는 자 되어야 한다.
농촌의 형제들은 농약의 위험에서, 공해 농산물을 생산하는 비양심에서 해방되며, 아름다운 강토를 지켜 나가야 하고, 소비자들은 형제들의 노고에 감사하며 조금은 희생할 마음을 지녀야 한다.
미국에서 수입되는 밀, 콩, 옥수수가 한두달 배에 실려 올 때 살아있는 이 곡식이 썩지 않도록 방사선 조사, 부패방지용 약품살포, 윤택제 등 얼마나 많은 공해물질이 첨가되는가. 이러한 농산물을 우리는 매해 160억불 어치를 수입해야 하는 나라가 되었다. 우리 모두 「하늘·땅·물」을 지키는 벗이 되는 것이 이 땅에 태어나 주님의 자녀로 불림받은 자로서의 사명이 아닌가!
협동운동의 모태인 교회
이번 행사 가운데 일부인 도농 결연만은 뒤로 미루었다. 이것은 언젠가 북한강 지역의 어느 농촌마을이나 임진강 상류의 어느 마을인가 상생의 협동운동을 하겠다는 마을과 함께 하고 싶다.
덧붙이고 싶은 것은 신용협동운동은 우리 교회가 모태 역할을 했다.
아쉬운 점은 모든 삶의 영역으로 협동운동을 발전시키지 못했고, 협동운동의 정신적, 철학적인 신앙지도를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이란, 말을 아직도 애용하고 있는데 그 정도에 머물 수는 없다.
이제는 작은 백성들이 뭉치고, 깨닫고, 현실을 복음의 눈으로, 신앙의 빛으로 판단하여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뒷바라지하며 함께 하는 교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현대인의 전인적 인간 구원의지, 영혼만의 구령이어서는 안될 것이다.
노원 마들의 어머니들이여! 당신들은 이제 들녘에 버려진 나약한 갈대가 아니다. 생각하는 하느님 사랑과 이웃사랑에 불타는 주님의 자매들이다.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습니다. 불이 이미 타오른다면야 내가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루가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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