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아프리카 조각전을 관람할 기회가 있었다. 거기서 성서구절이 기록된 양피지를 보게 되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1600여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었는데 촉감은 매우 부드럽고 매끄러웠으며, 글자가 너무나 선명하고 또렷해서 도저히 그렇게 오래된 유물이라고는 여겨지지 않았다. 불과 몇 십 쪽의 얇은 책이었지만, 양피지를 제작하기 위해 희생된 양을 생각하니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양 한 마리의 가죽으로 열쪽 정도의 양피지를 만들 수 있다고 하니 말이다.
AD105년경 종이를 발명한 중국의 채륜 덕분에 우리는 요즘 종이가 참으로 흔해진 세상에 살고 있다. 문명의 발달정도에 따라 종이 사용량은 많아지게 마련인데 지금 우리는 단 하루도 종이 없이는 살 수 없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일인당 연간 종이 사용량은 미국인이 가장 많아 약 290㎏, 일본은 약 200㎏, 한국은 약 158㎏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수령 20~30년생 나무 한 그루를 베면 거기서 나오는 종이는 고작 50㎏정도이다. 그러므로 한국인이 1년에 소모하는 종이의 양은 나무 3그루에 해당된다.
현재 5천만에 육박하고 있는 남한 인구만 고려해도 줄잡아 연간 1억5000만 그루가 한번 쓰고 버리는 종이가 되어 날아가버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문득 태어나서 지금까지 나는 나무를 몇 그루나 심었을까 생각하니 부끄럽기 그지없다.
1톤의 종이를 얻기 위해서는 10톤의 나무를 베어야 한단다. 그러므로 삼림을 지키고 보호하는 한 가지 방법은 이면지와 재생용지를 사용하는 것이다. 100% 수입 펄프로 만들어지는 일반종이에 비해 폐지를 혼합하여 만드는 재생용지 1,000톤이면 10,000톤의 삼림이 보호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뉴욕 타임즈의 일요일판만 재생용지로 인쇄해도 년간 75,000 그루의 나무를 살릴 수 있다고 한다.
종이사용을 줄이면 삼림만 보호되는 게 아니다. 종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소모되는 에너지의 양과 오수(汚水)가 줄어 수질오염을 막고, 폐휴지 소각처리비용과 대기오염이 줄어들면 지구온난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고, 사막화되는 토지의 폭도 좁힐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종이를 아껴 쓰고 재생용지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인간과 자연 그리고 하느님과의 관계개선에 보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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