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30도를 웃도는 찜통더위와 열대야가 계속되면서 전력수요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사람들의 일상생활 패턴이 뒤바뀌소, 사람들의 사고와 의식까지 흔들리고 있다. 모두가 더위 먹은 듯 분별력마저 잃고 있다. 차가운 머리는 없고 뜨거운 가슴만 있는 것일까?
옛날 같으면 목물을 하거나 찬물에 발을 담그면서 더위를 피했지만 지금은 집집마다 선풍기와 에어컨으로 더위를 쫓으려 한다.
이렇듯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요즘 일반 회사는 물론 금융기관, 우체국, 관공서에는 에어컨이 설치돼 시원한 근무 여건이 마련돼 있는데 우리 아이들이 공부하는 교실엔 고물 선풍기 두어개가 돌아가고 있을 뿐.
무너져가는 윤리의식
그럼에도 상당수의 정부 고위 관료들이나 정치가들은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라고 떠든다. 과연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인가?
40대 학부모가 자기 아들을 맡고 있는 20대 여교사를 수업 중에 무차별 폭행, 병원에 입원케 한 부산 어느 초등학교의 사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
학교는 특히 교실 안은 성역이다. 교사가 수업을 하고 있는 교실은 그 어떤 것으로부터 침해받을 수 없는 신성불가침한 곳이다. 그런 곳에서 임신 중인 여교사가 매를 맞고 쓰러졌다면 우리 교육도 그렇게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폭력에 의한 교단붕괴, 이래서는 교사들이 교단에 설 수 없고, 교권은 한밭 헛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30대의 노조원이 50대의 사측 간부를 무자비하게 폭행한 일도 있었다. 피해측은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였다고 설명했는데 가해자는 『뺨만 몇대 때렸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민연금 공단 임원들이 『몸에 시너로 여겨지는 무엇인가를 뿌리고 불을 붙이겠다고 협박을 했으며, 어둠 속에서 이리저리 끌러다녔다』고 증언한다.
가해자측의 해명을 그대로 수용한다해도 거기에는 패륜의 흔적이 역력하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연령차로 볼 때 부자관계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학교교육 현장이, 노사분규현장이 이렇게 「힘의 논리」에 압도당하고 폭력에 의해 피를 흘리고 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이성과 합리, 윤리와 도덕의 마지막 노선이 무너져가고 있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정치적인 선후진국을 가늠하는 척도는 「정당한 법절차」준수 여부다. 이런 척도에서 보면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여전히 후진국으로 비쳐지고 있다. 의사회 등 여러 이익집단의 무차별적인 실력행사는 유감스럽게도 한국이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숨길 수 없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각인시켜준 것이다.
약육강식 법칙의 끝은
미국 경제계 학계 언론계 등은 『한국이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고 질타하고 있다. 미국의 영향력 있는 경제 씽크탱크인 밀텐연구소 힐튼 루트 박사는 『한국의 이해 당사자들이 앞으로 닥칠 위기에 대비해 서로의 입장차이를 조절할 생각조차 없다』고 개탄했다.
한국이 경제위기를 딛고 일어선 것까지는 좋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조금 형편이 나아지니 저마자 제몫찾기에 나서고 정부는 속수무책이어서 한국의 개혁호가 곧 침몰할 위기에 처해 있다며 국제사회는 다급한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어느 국가, 어느 사회나 이익집잔의 이해가 충돌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이다. 학교폭력도 노사갈등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를 정당한 법절차로 풀어가느냐 하는 점이다.
이해당사자의 집단이기주의가 판을 치고 정부는 형평성을 잃은 채 무기력한 대응으로 일관해 여기저기서 사회 근간이 위협을 받고 있다.
이런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어야 할 정부가 적정한 통합, 조정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데다 우리 사회의 자율적 해결능력마저 마비조짐을 보이고 있다. 의료계와 약계는 또다시 집단이기를 내세워 첨예하게 맞붙어 있고, 금융노조의 총파업 의지도 수그러들 조짐이 안보인다.
우리 사회의 갈등해결문화가 갈수록 조악해지고 있는 것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갈등 해결을 모색하기 보다는 우선 물리력 동원을 앞세우는 경향이 강해지는가 하면 기초질서 및 법의식이 붕괴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 구성원의 심성이 가파르고 공격적으로 돼가는 것은 우려할 일이다. 쉽게 극단으로 흘러 힘과 힘이 맞부딪치는 일이 다반사로 나타나면 어떻게 되겠는가.
힘있고 강한 자는 이기고 힘없고 약한 자는 지고마는 정글의 법칙 같은 힘의 논리가 번져나가면 어떻게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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