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발전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일을 에너지 문제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일본 간 나오토 총리는 최근 일본의 원자력발전소 증설 계획을 전면 백지화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6월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기 위해 2030년까지 원전을 14기 이상 신설한다는 에너지기본계획을 마련한 바 있다. 이 계획의 백지화를 포함한 전면 수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또 주요 8개국 정상회의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의제에 올리기로 했다.
이러한 일본의 원전 계획 수정은 에너지 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을 뜻한다. 우리는 일본을 둘러싼 이 같은 흐름이 늦었지만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본다. 세계 최고의 안전성을 자랑한다던 일본에서 발생한 통제 불가능한 원전 사태를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우리로서도 일본의 움직임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우리 원전은 안전하다고만 되뇌며 경제성을 내세워 원전 증설계획을 수정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는 값싼 원전을 대체할 수단이 없다고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특히 후대의 몫으로 넘겨지는 폐기물 처리 문제는 결코 쉽게 넘길 수 없는 문제다. 핵발전소 가동 중에 나오는 방사능에 오염된 물품과 우라늄을 태우고 나온 핵쓰레기라고 불리는 방사능 물질이 환경에 해를 미치지 않게 되려면 반감기의 10∼20배 정도 기간이 지나야 하기 때문에 세슘이나 스트론튬과 같은 핵폐기물은 결과적으로 300년 이상을 완벽하게 격리해야 한다. 이에 반해 핵발전소 수명은 30년이다. 한 세대의 편의를 위해 수많은 후대의 미래를 담보로 해야 한다는 말이다.
후대에 무거운 십자가를 떠넘기지 않기 위해서는, 에너지 정책의 근본적인 전환과 함께 에너지 소비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전력 사용량은 OECD 회원국 평균 1.7배에 이른다. 가정 공장 사무실 등에서 전기를 무절제하게 쓰고 있는 게 우리 모습이다.
원전 증설과 이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를 막으려면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등 생태계를 지키려는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특히 그리스도인은 창조 질서를 보전한다는 차원에서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 자체가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신앙행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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